안노라의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
안노라의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
  • 경기매일
  • 승인 2019.03.10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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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향해 달린 이상주의자의 죽음

 

안노라 <br>▲‘그림으로 만나는 서양사’인문학 강사<br>▲‘벗에게 가는 길’인문학 공간 대표<br>


안노라 
▲‘그림으로 만나는 서양사’인문학 강사
▲‘벗에게 가는 길’인문학 공간 대표

위대한 정신이 드러날 때가 있습니다. 잦지는 않지만 역사는 때때로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을 넘보며 자신의 허벅지와 종아리의 근육이 터질 듯 달리고 있는 인간을 보여줄 때가 있습니다. 특히나 그가 별을 향해 뛰고 있을 때, 일개 범부에 불과한 저는 숨이 막히지요. 같은 종족으로서 우러름과 부끄러움을 동시에 느낍니다. 오늘은 이루지는 못했으나 고귀한 도전을 보여준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Gaius Julius Caesar, BC100~44)의 죽음에 대해 빈센초 카무치니(Vincenzo CAMUCCINI, 1771~1844)가 그린 그림을 나누고자 합니다. 
집단적 테러처럼 보이는군요. 주저앉은 한 사람을 향해 많은 사람들이 칼을 빼어들고 있습니다. 쓰러지려는 그의 몸을 간신히 지탱하고 있는 왼다리의 절망이 붉은 토가위로 선명합니다. 봄날, 뜬금없는 이 그림이 너무 무겁지 않느냐 구요? 맞아요. 3월은 파란 장미를 빼고는, 빨간 국화를 빼고는 모든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나는 봄의 시작이니까요. 고대 로마인들은 그들의 신, 쥬피터를 기념하는 매 달의 중간을 ‘이데스(ides)’라고 불렀습니다. 특히나 3월의 이데스는 새로운 해의 시작으로 생각해 화려한 축제를 벌이곤 했지요. 
축복이 넘치는 기원전, 44년 3월 15일, 원로원에서 카이사르를 부릅니다. 집을 나서는 길에 점쟁이 스푸린나를 만납니다. 카이사르는 옅은 미소를 띄며 “3월15일인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얼마 전 그는 카이사르에게 3월15일, 흉조가 있으니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었었거든요. 스푸린나는 “아직 3월15일이 다 지나가지 않았습니다”고 대답했습니다. 죽음이란 결코 피해갈 수 없는 강한 것이었을까요. 원로원에는 14명의 귀족들과 그가 사랑했던 여인 세르빌리아의 아들, 마르쿠스 부르투스가 있었습니다. 23번의 난도질 끝에 위대한 이상주의자였던 그의 심장은 멈췄습니다. “부르투스, 너마저!”의 대사로 잘 알려져 있는 세익스피어의 <줄리어스 시저>에서 이 죽음을 가장 생생하게 묘사해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원로회의 귀족들은 카이사르를 왜 암살하려고 했을까요? 카이사르는 로마가 앓고 있는 질병을 정확히 파악했고 도려내는 데 사력을 다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기득권의 대표 세력이었던 귀족들의 권력기반을 뒤흔드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이미 기원전 133년, 부지런하고 건강한 농부들의 나라, 로마를 지키려고 했던 그락쿠스 형제의 개혁은 벌족파의 암살로 실패했습니다. 이후 원로원 중심의 소수 귀족들은 점점 더 권력을 키워 갔습니다. 두 형제가 실현하고자 했던 토지 소유를 제한하고 곡물 배급을 조절하려는 시도는 카이사르가 이어 받습니다. 
그는 귀족들 각자의 이권에 따라 정체돼 있던 개혁들을 처리해 나갔습니다. 원로원을 개편하고 식민지 시민권을 확대하고 가난한 이를 구제하기 위한 복지정책을 실시합니다. 제국의 수도답게 도시계획을 단행했고 통화를 개혁하고 달력을 개정했습니다. 율리우스력이라고 들어보셨나요? 365일 양력 체계는 카이사르가 단행한 율리우스력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흐르는 강물은 매 번 새 강물이듯, 영웅은 갔고 로마는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바뀌며 원대한 제국의 꿈을 이루었습니다. 별을 향해 달린 이상주의자의 죽음이 이룬 꿈입니다. 우리에게 이런 이상주의자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부질없는 욕심인가 되돌아봅니다. 그를 사모하는 마음으로 카이사르가 죽고 난 후, 안토니우스의 연설을 들려 드립니다. 
“내 심장이 저기 저 관속에 있는 카이사르에게 가 버렸으니, 나에게 다시 돌아올 때까지는 나는 말을 이을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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