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 산업 부가가치 중 30%를 점유하고 있는 제조업이 질적 성장에는 실패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 제조업은 반도체·통신기기 부문에선 세계 1위 기업을 둔 데다 조선해양·디스플레이(1위), 석유화학(4위), 자동차·가공공작기계·철강(6위) 등 주력 산업을 여럿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제조업에서의 노동 생산성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떨어져 산업 생태계가 취약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양적 성장에는 성공했지만 질적 측면에서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17일 산업연구원(KIET)이 발표한 ‘한국 산업의 발전 잠재력과 구조 전환 방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업의 부가가치율은 25.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평균인 30%에 못 미친다. 부가가치율이란 총생산액에서 부가가치가 차지하는 비율로 한 산업의 노동 생산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 주요국의 제조업 부가가치율 【사진제공=산업연구원】
▲ 주요국의 제조업 부가가치율 【사진제공=산업연구원】

 


세계 수출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추세적인 상승을 보이고 있는 만큼 양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산업 생태계가 취약해 부가가치 창출 역량이 함께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성장으로 세계 시장에서 선진국의 비중이 지속해서 축소되고 있지만, 한국은 부가가치 기준 3%대 비중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도 중국 부상에 따른 향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보고서를 작성한 정은미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제조업이 부상하면서 인접한 한국의 철강, 조선, 자동차와 같은 주력 제조업에서 이미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며 “중국이 ‘중국 제조 2025’로 대표되는 첨단산업 육성에 집중하면서 반도체와 같은 주력 산업과의 중복성이 높아 중·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짚었다.


정 위원은 또 생산과 수출 측면에서 제품 구조 고도화가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하드웨어·제조 경쟁력은 확보했지만, 대내외 여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소프트웨어·서비스 융합 역량이 미흡하다는 진단이다.


생산 측면에서도 일부 주력 상품과 대기업 의존도가 높아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분석이다. 상위 10대 산업이 전체 수출 및 생산에서 점하는 비중이 70%이며 수출에서 대기업 비중은 80%에 달한다. 반도체 산업에서 국산 중간재 투입 비율도 낮아 해외 의존도가 높다. 이밖에 정 위원은 인건비 상승, 내수시장 제약, 인력 수급 애로, 낮은 생산성 등도 국내 생산 조건을 악화시킨 요인으로 꼽았다. 
박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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