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돈보다 전세금이 떨어지는 ‘역전세난’이 발생할 경우 부동산 임대가구 중 3만2000가구가 제때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을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전세난이 전체 금융시스템에 미칠 위협은 크지 않지만 전세가격이 크게 내린 일부 지역이나 부채가 많은 임대 주택 등을 중심으로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1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최근 전세시장 상황 및 관련 영향 점검’ 자료에 따르면 전세가격이 지난 1월과 2월에 비해 10% 하락할 경우 전체 임대가구의 1.5%에 해당하는 3만2000가구가 세입자에게 제때 돈을 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금융자산도 없고 DSR규제 상한선에 막혀 추가 대출을 받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들이 돌려주지 못하는 전세금 규모는 2000만 원 이하가 71.5%, 2000만원에서 5000만원 사이가 21.6%, 5000만원 초과가 6.9%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관계자는 “이 보고서에서는 전세가격 하락에 따른 보증금 반환 리스크만 분석했지만 전세가격 하락으로 매매가격에도 하락 압력이 작용할 경우 주택 시장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충격이나 2차 효과는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임대가구 3만2000가구 중 전세 주택을 여러 군데 임대하는 곳도 있기 때문에 피해를 받는 임차인 수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전세가격이 하락하는 아파트는 늘고 있는 추세다. 전셋값 하락 아파트 비중은 2016년 10.2%에 불과했지만 지난달 1월과 2월에는 52%로 5배 증가했다.


이 중 하락폭이 10%를 넘는 아파트도 절반 이상으로 많다. 전세가격이 하락한 아파트 52% 중 10~20% 하락한 아파트는 14.9%, 20~30%는 7.1%, 30% 이상은 4.7%를 차지한다. 


특히 문제가 될 수 있는 곳은 상대적으로 보증금이 낮은 지방 아파트들이다. 


보증금 1억 미만인 아파트 32.6%의 전세가격이 1월과 2월 중 2년 전보다 10% 이상 하락했다. 반면 3~5억 원은 16%, 5억 원 이상은 9.5%로 비교적 하락세가 약했다. 현재 지방 아파트 전세가격은 1억5000만원으로 수도권의 3억1000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권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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