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산 주광현
효산 주광현

말은 한 번 유포(流布)되어 자리를 잡으면 곧 뿌리를 내려 세력을 뻗치게 된다. 특히 매스컴을 통하여 일시에 많은 사람들에게 유포되면 날개 돋친 듯 사방팔방으로 퍼져 일시에 유행어가 되기도 한다.

조어(造語)는 생활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만들어져 생명력을 갖는 것이 예삿일이지만 더러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라도 조어가 생성(生成)되면 사람들은 관심을 갖게 되고 언중(言衆)에서는 조어를 생동감(生動感) 있게 써보려고 한다.

말에는 이치에 맞지 않아 걸리적거리는 잘못 만들어진 말들도 있다. 우리말에도 이런 말이 한두 개가 아니다. 이렇게 잘못 만들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언중에서 버젓이 통용되는 말은 뿌리가 더 깊이 내리기 전에 합심하여 사어(死語)로 만들어 버리면 될 일이다. 사어(死語)로 만드는 방법은 언중에서 잘못된 말을 쓰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사어가 되고 만다.

인기(人氣) 있는 계절 운동으로 실내에서 하는 배구와 농구가 있다. 지난 날 시골에서는 체육관이 없어 운동장 흙 마당에서 주로 하던 운동이다.

운동장에서 배구나 농구를 하려면 날씨가 관건(關鍵)이다. 비가 많이 오거나 바람이 세게 불면 일기 관계로 밖에서 운동을 할 수가 없었다. 그 뿐이 아니다. 강당이나 체육관이 도시에 비해 적었던 시골에서는 학교 운동장에서 행사를 치러야 하는데 비가 오거나 바람이 세게 불면 노천(露天)에서 행사를 할 수가 없는 일이 가끔씩 생겼다.

이럴 때는 체육관이나 강당이 절실하게 필요함을 느낀다. 체육관이나 강당에서는 악천후(全天候)라도 날씨와 상관없이 전천후(全天候)의 경기장이나 행사장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체육관을 잘못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체육관이라고 해야 할 것을 실내 체육관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왜 실내 체육관은 잘못된 말인가?

체육관은 지붕과 천장(天障)이 있고 벽과 바닥이 만들어져 있으므로 체육관은 그 자체가 실내(室內)이다. 그렇기 때문에 체육관앞에 실내라는 말을 붙이면 잘못된 말이 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체육관이라기보다는 실내 체육관이라는 말을 더 많이 하고 있다.

그럼 누가 처음에 이렇게 잘못된 말을 만들어 유포시켰는가? 그건 지식층에 있는 신문방송 기자들이나 잡지 기자들의 펜과 아울러 이를 방송실에서 말로 옮기는 아나운서들의 입에서 매스컴을 통하여 언중으로 유포된 것이다.

지금도 실내경기(室內競技)가 한창일 때가 되면 기자들의 펜과 아나운서들의 입에서 쉽게 그리고 많이 들을 수 있는 게 실내 체육관이다.

지성인들이 왜 이렇게 잘못 나가고 있는가?

악화(惡貨)는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한다.’는 말이 있다. 굴러 온 돌이 박힌 돌을 뽑아낸다.’라는 쉬운 말도 있다. 두 말 모두 같은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실내 체육관이라는 잘못된 말이체육관이라는 어휘를 밀어 내고 그 자리에서 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 형국(形局)이다.

언중에서는 물론이고 방송이나 신문 등에서 선도적(先導的)으로 실내 체육관이라는 잘못된 어휘를 쓰지 않도록 계도(啓導)하고 노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말은 문화민족의 얼이며 후손들에게 잘 물려주어야 할 기성세대(旣成世代)의 책무(責務)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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