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일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남북이 공동유해발굴에 나서기로 했지만 상호 명단도 주고받지 못하면서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정부는 북한이 응하지 않더라도 우리 군 단독으로 유해발굴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군 당국에 따르면 국방부는 남북 공동유해발굴을 위해 지난 6일 우리 측 명단을 통보했지만 북측은 2주가 지나도록 아무런 답변이 없는 상태다.
남북 군사 당국은 지난해 9·19 군사합의를 통해 4월1일부터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 내 화살머리고지에서 6·25전쟁 전사자 공동유해발굴에 합의했다.
이를 위해 대령급을 책임자로 각각 5명씩 유해발굴 공동조사 및 현장지휘조를 구성하고, 발굴단은 각각 80~100명으로 2월 말까지 명단을 상호 통보하기로 했다. 상호 명단을 주고받은 뒤 공동사무소를 설치하고 함께 유해발굴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북한의 명단 통보가 늦어지면서 다음달 1일부터 남북이 공동으로 유해발굴 작업을 시작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남북간 도로를 연결했지만 전기와 배수로 등 제반여건이 아직 갖춰지지 않았고, 공동사무소 설치 역시 늦어져 북측 명단을 받더라도 계획된 일정에 맞춰 남북이 공동발굴에 나서기란 어려울 전망이다.
국방부는 이달 중 남북 장성급 회담 등 군사실무회담을 통해 올해 추진할 군사분야합의의 실질적 이행 계획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재와 같은 분위기라면 이 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간 군사적 긴장을 늦추기 위해 지난해부터 시행한 조치들은 계속 이행되고 있지만 JSA 자유왕래, 군사공동위원회 구성 등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진척이 없다.
남북 군사합의 이행 조치가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미 관계까지 교착 상태가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면서 남북 교류에도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다.
정부는 공동유해발굴을 위한 북측의 명단 통보가 계속해서 늦어지면 우리 군 단독으로 유해발굴 사업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 공동발굴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지뢰 제거와 도로 개설 등 유해발굴을 위한 여건이 갖춰진 만큼 늦출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 단독으로 진행하고 북한이 준비가 되면 추후 합류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4월1일 화살머리고지 일대 유해발굴 시작을 알리는 개토식을 준비하고 있다”며 “(북한의 참여 여부와 관계 없이) 군사분계선(MDL) 이남 지역에서는 우리 군 단독으로라도 유해발굴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