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증가세가 둔화했지만 여전히 소득보다 빠르게 쌓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빚의 질도 악화되고 있어 지속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28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 상황(2019년 3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부채(가계신용 기준)는 1534조6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5.8% 늘었다. 지난 2013년(5.7%)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였으나 가계소득 증가율(3.9%)보다는 여전히 높았다. 


이에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말 162.7%로 전년말(159.8%)보다 2.9%p 상승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같은 기간 83.8%에서 86.1%로 올라갔다. 두 수치 모두 가계빚 증가세와 맞물려 매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차주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LTI)도 지난해말 기준 217.1%로 지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빚이 빠르게 늘고 있는 사이 부채의 질은 나빠진 모습이다. 소득대비 부채 비중이 비교적 적은 LTI 100% 미만 차주 비중은 지난해 50.4%로 전년(51.5%)보다 줄어든 반면 부채 부담이 크게 높은 LTI 300% 이상 차주 비중이 21.1%에서 21.9%로 상승했다. 


연체율도 비은행에서 지난해말 1.55%로 전년대비 0.17%p 뛴 것으로 나타났다. 영세 자영업자와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채무상환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은행 연체율은 0.26%로 전년(0.23%) 수준과 비슷했다. 

 

 


가계빚의 약한 고리인 취약차주의 부채도 불어났다. 지난해 취약차주의 부채규모는 전년대비 4조1000억원 늘어난 86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취약차주는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하위 30%) 또는 저신용(7~10등급)인 차주를 말한다. 지난 2015년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취약차주의 대출 중 비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64.8%로 전년(66.4%)보다 더 올라갔다. 비은행 대출금리가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높아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르면 직격탄을 맞을 우려도 커진다. 권역별로 상호금융(25.2%), 여전사(15.9%), 대부업(8.5%) 등의 순서로 높았다. 
이들 대출의 신용대출 쏠림도 여전했다. 취약차주의 신용대출 비중은 지난해 41.7%로 전년보다 0.1%p 하락했으나 비취약차주 수준(23.7%)에 비해서는 2배 정도 높았다. 


다만 지난해 취약차주 수는 146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3만1000명 감소했다. 이들의 상환 능력이 개선된 차원이라기보다는 정부의 장기 연체자에 대한 지원 등이 작용한 영향으로 풀이됐다.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 저신용 차주의 대출규모도 12조2000억원으로 전년대비 5000억원 줄었다.
가계부채가 주요국에 비해 이미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한은은 “앞으로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하겠으나 거시경제의 안정적 운영을 제약하는 주요 취약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며 “대내외 여건 악화시 취약차주의 채무상환 어려움이 커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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