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이 반북(反北)단체 자유조선의 스페인 마드리드 주재 북한 대사관 습격과 관련해 미국 연방수사국(FBI) 관여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사관 습격이 있고 나서 한 달여 만에 나온 첫 공식 반응이다.
31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습격과 관련해 중앙통신사 기자의 질문에 대해 “지난 2월22일 무장괴한들이 에스빠냐(스페인) 주재 조선 대사관을 습격하고 대사관 성원들을 결박, 구타, 고문하고 통신기재들을 강탈해가는 엄중한 테러 행위가 발생했다”고 답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외교 대표부에 대한 불법침입과 점거, 강탈행위는 국가주권에 대한 엄중한 침해이고 난폭한 국제법 유린이며 이러한 행위는 국제적으로 절대로 허용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테러 사건에 미 연방수사국(FBI)과 반공화국 ‘단체’ 나부랭이들이 관여돼 있다는 등 각종 설이 나돌고 있는 데 대해 우리는 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사건 발생지인 에스빠냐의 해당 당국이 사건 수사를 끝까지 책임적으로 진행해 테러 분자들과 그 배후 조종자들을 국제법에 부합되게 공정하게 처리하기 바라며 그 결과를 인내성 있게 기다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6일(현지시간) 현지 일간지 ‘엘파이스’가 기밀 해제한 수사문건을 토대로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북한 대사관을 습격한 10명 중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멕시코 국적의 에이드리언 홍 창, 미국 국적 샘 류, 한국 국적 이우람 등이다.
이번 사건을 주도한 인물 중 하나인 에이드리언 홍 창은 탈북자 지원 단체 ‘링크’(Liberty in North Korea)를 공동 설립한 인물로도 알려졌다.
법원 문건에 따르면 이들은 북한 대사관에 침입해 대사관 관계자들을 구타한 후 손을 묶고 두건을 씌웠으며, 컴퓨터 2대와 하드 드라이브 2개, 휴대전화 1개 등을 가지고 달아났다.
특히 미국으로 달아난 홍 창은 지난달 27일께 FBI와 접촉했다고 문건은 설명했다. 스페인 고등법원은 현재 에이드리언 홍 창과 샘 류에 대해 폭력, 절도 등의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 국무부는 북한 대사관 습격사건과 미국의 연관성을 일축했다. 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부대변인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미국 정부는 관련이 없다”며 일각에서 제기된 미국의 개입설을 부인했다.
FBI도 “스페인 사법당국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FBI를 지휘·감독하는 미 법무부 역시 스페인 사법당국의 북한 대사관 습격사건 용의자 인도 요청 움직임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겠다는 입장만 밝힌 상태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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