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상태로 이혼 소송 중인 아내를 찾아가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에게 항소심 재판부도 중형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딸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아버지의 엄벌을 호소한 ‘구월동 살인사건’으로 알려졌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석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48)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25년을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7월13일 인천 남동구 구월동 한 주택가에서 미리 준비한 흉기로 아내 B씨(사망 당시 40세)를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이혼 소송 중에 B씨가 재산을 가로채려 한다는 의심에 살해를 마음 먹었고, 범행 당일 우연히 딸이 집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주변에서 배회하다 B씨가 딸의 생일파티를 위해 전화하며 집 밖으로 나온 순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B씨는 사망하는 순간까지 극심한 공포와 고통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B씨의 자녀들은 한순간에 어머니를 잃고, 어머니를 살해한 아버지를 두게 돼 말로 표현 못 할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녀들은 평생을 슬픔과 고통을 안고 사실상 고아로 살아가게 됐다”면서 “그런데도 A씨는 범행의 동기를 B씨의 탓으로 돌리는 등 본인의 책임을 경감하려고 한다”며 징역 25년 판결을 유지한 이유를 전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A씨는 B씨가 현관문으로 나오자마자 머리채를 잡아당겨 찌르기 시작했다. 동네 주민들이 목격함에도 이를 의식하지 않고 도움을 요청하는 B씨를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치명적인 상처를 입혀 무참히 살해했다”면서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A씨의 심신미약 주장에 대해서는 “질환 종류 등과 이 사건 범행의 동기와 경위 등에 비춰보면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 결정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한편 A씨의 딸은 사건 발생 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제게 너무 소중하고 필요한 엄마를 아빠라는 사람이 제 생일날 끔찍하게 제 눈앞에서 해쳤다”며 “심신미약이라는 걸로 벌이 줄지 않길 바란다. 엄마와 남은 가족들의 고통만큼 벌 받았으면 좋겠다”고 글을 남겼다.
 

저작권자 © 경기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