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노라의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
안노라의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
  • 경기매일
  • 승인 2019.04.0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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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17_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Streaker(나체 질주자)

 

안노라 <br>▲‘그림으로 만나는 서양사’인문학 강사<br>▲‘벗에게 가는 길’인문학 공간 대표<br>
안노라 
▲‘그림으로 만나는 서양사’인문학 강사
▲‘벗에게 가는 길’인문학 공간 대표

오늘은 그림을 설명하는 저의 말보다 그림을 그린 화가의 말을 먼저 들려 드리겠습니다.

마지막 나무가 잘려 나가고 마지막 남은 강물마저도 말라서 졸졸 흐르게 되어서야 사람들은 겨우 돈은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또 우리를 얼간이 취급하게 만들었던 충고를 새겨들을 것인가...”

허락을 얻는 것보다 용서를 구하는 편이 언제나 더 쉽다

그래피티가 불법이 아니어서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모든 곳에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상상해 보자. 세상의 모든 도로들이 수백만 개의 각기 다른 색들과 다른 문구로 도배될 것이다. 버스 정거장에서 기다리는 것도 전혀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부동산과 큰 사업을 하는 귀족들만이 초대되는 것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 초청된 파티가 열리는 그런 도시가 되지 않을까. 그런 도시를 상상해 보자. 하지만 벽에 기대는 것은 삼가라? -아직 마르지 않았으니까.”

동화책 속의 세상처럼 잠을 자고 일어난 아침, 온 도시의 벽과 바닥에 각기 다른 세상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면 어떨까요? 인어와 켄타우로스가 춤추고, 공룡과 로봇이 함께 뜀뛰고, 하늘에 해와 달이 동시에 있다면 얼마나 신이 날까요? 말하는 아기의 입에서 꽃송이가 튀어나오고 자동차가 아닌 풍선을 타고 먼 길을 갈 수 있다면, 창문을 열면 유유히 고래가 헤엄쳐 다닌다면, 우리의 삶은 그 상상만큼 풍요로워지겠죠.

그래피티(낙서)를 통해 때로는 신랄한 사회풍자와 비판을, 때로는 희망과 축원을 담는 얼굴 없는 거리의 화가 뱅크시(Banksy)를 소개합니다. 그는 영국 그리스톨 출신이라는 것 밖에는 알려져 있지 않은 화가이자 그래피티 테러리스트입니다. 그의 캔버스는 벽이고 그의 붓은 스프레이입니다. 그는 모두가 잠든 밤, 도시의 건물이나 벽에 그림을 그리지요. 그래피티는 불법이니 그는 부지런한 천사도 미처 눈치 채지 못할 정도의 빠른 속도로 그림을 그릴 것입니다. 이윽고 사람들이 출근하는 아침, 난데없이 건조한 시멘트벽에 일상을 전복 시키고 낡은 권위를 비틀며, 정치적 판단에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그의 그림이 나타납니다. 시민들은 환호했습니다.

화염병 대신 꽃다발을 던지려는 청년, 미사일을 인형처럼 껴안고 있는 소녀, 이어폰을 끼고 바추카 포를 어깨에 멘 모나리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그렸던 철조망 공으로 노는 어린 고양이, 남녀가 포옹하면서 서로의 핸드폰만을 들여다보고 있는 휴대전화 연인, 오늘 소개해 드린 유니언 잭을 재봉질 하는 인도소년 등 무수한 촌철살인의 작품이 뱅크시의 손에서 탄생했습니다.

게다가 이 작품은 영국의 대표적인 체인 편의점, 파운드 랜드 스토어가 입주해 있는 건물 담벼락에 그렸습니다. 파운드 랜드는 7세의 어린 인도 아이들을 고용해 만든 물품을 팔았지요.

그는 자본주의의 악덕을 비판했고, 힘이 파괴한 정의와 부도덕한 권위를 고발했습니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두 눈 가득 슬픔이 차오르곤 하지요. 하지만 우리가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무기로는 그것을 멈출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가 이 세계에 던지는 짧지만 무거운 질문은 잠깐 새벽을 열었다 문화의 대변자를 자처하는 자들에게 지워지기 일쑤니까요.

, 요즘 그의 그림 값이 뛰자 벽을 통째로 잘라다 팔기도 한다니 이제 지우지는 않는군요. 모든 사람이 초청된 파티를 꿈꾸며 그렸던 그래피티는 이제 경매장에 갇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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