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교무상교육 시행 당정청협의에서 유은혜 사회부청리 겸 교육부장관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뉴시스】

 

정부·여당이 9일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인 고교무상교육 재원 2조원 중 절반인 9466억원만 부담하고 절반은 일선 교육청이 부담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계획은 일단 교육감들의 동의를 받지 않은 데다, 절반이나 예산 부담을 떠안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진 교육감들도 있어 정부와 교육청 간 제2의 누리과정 사태 재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여당은 이날 오전 7시30분 국회에서 당·정·청 협의 후 고교무상교육 재원 2조원 중 중앙정부와 교육청이 각각 9466억원(47.5%)씩, 지자체가 1019억원(5%)을 분담하는 내용의 고교무상교육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당장 오는 2학기 시작되는 고3 무상교육 예산도 모두 교육청이 감당하도록 했고, 단계적으로 확대해 고교무상교육이 완성되는 2021년에는 재원 2조원 중 1조원 가까운 예산을 교육청이 책임져야 한다.

이런 상황은 제2의 누리사태처럼 될 수 있다. 과거 박근혜 정부는 만 5세를 대상으로 실시하던 영·유아 무상보육 ‘누리과정’을 만 3~4세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당초 예상과 달리 세수가 줄어 재원 마련이 어려워지자 정부는 영·유아 누리과정 재원 2조원을 모두 교육청이 부담하도록 떠넘겼다. 이를 두고 중앙정부와 교육청은 수년간 대립했다.

실제로 이날 당·정·청 발표 이후 일선 교육청 관계자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교육감협의회) 관계자는 “당초 10~20%, 최대 30%까지 교육청이 부담하게 될 수 있다고 예상했지만 절반까지 감당해야 할 줄은 몰랐다”면서 “교육감협의회와 별도의 논의 없는 결정이었다”고 지적했다.

17개 시·도 교육감들은 의견을 모아 공식 입장을 발표할 방침이다.

일부 교육감은 “일단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다른 한쪽에서는 국정과제를 위한 예산이니 “국가가 모두 부담해야 한다”면서 교육감들 간에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고교무상교육을 실시한 제주교육청 이석문 교육감은 환영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교육감협의회는 지난달 14일 “고교무상교육이 제2의 누리과정 사태로 비화되지 않도록 국가가 책임지고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며 내국세 대비 지방교육재정 교부율을 인상해 전액 국가가 안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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