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총선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승리하면서 요르단강 서안 정착촌의 운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총선 승리시 요르단강 서안 정착촌을 합병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10일(현지시간) 하레츠와 타임스오브이스라엘,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보수정당 리쿠드는 중도연합 카홀라반(청백)에 신승(辛勝)을 거뒀다.하지만 리쿠드를 포함한 보수정당과 초정통파(ultra-Orthodox)가 전체 크세네트(의회 의석) 120석 중 과반(61석) 이상을 확보하면서 네타냐후 총리는 다섯번째 총리직을 차지하게 됐다. 

네타냐후 총리는 총선 3일 전인 지난 6일 이스라엘 방송 채널12와 요르단강 서안 정착촌을 합병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당시 요르단강 서안 일부를 병합할 것인지 아니면 전역을 병합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우리는 이미 이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했다. 

요르단강 서안은 1948년 이스라엘 독립 당시 동예루살렘, 가지지구와 함께 팔레스타인 영토로 계획돼 있었다. 하지만 제3차 중동전쟁 과정에서 이스라엘이 점령했고, 이스라엘은 수십년간 정착촌을 확대해 40만명 가량을 이주시켰다. 정착촌 면적은 요르단강 서안 전체 면적의 60%에 달할 정도로 커졌다. 

네타냐후 총리의 서안 합병선언은 이스라엘과 아랍권이 1993년 체결한 오슬로협정 위반이다. 양측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등 점령지를 반환해 팔레스타인 자치국가를 설립케 하는 대신 아랍권은 이스라엘의 생존을 보장하는 '영토와 평화의 교환'에 합의한 바 있다. 

서안 합병은 따라서 국제사회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분쟁 종식을 위해 지지해온 '두 국가 해법'에도 배치된다. 두 국가 해법은 요르단강 서안와 가자 지구, 동예루살렘을 이스라엘에서 떼어내 팔레스타인 국가로 독립시켜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국가 대 국가로 공존하자는 것이 골자다. 

네타냐후 총리가 선언을 이행하면 중동에 다시 분쟁의 바람이 불어닥칠 수도 있다. 팔레스타인은 네타냐후 총리의 요르단강 서안 정착촌 합병 선언에 "정착촌은 불법이고 제거될 것"이라며 경고했다. 

중동지역 최대 언론사인 알자지라는 '네타냐후 총리는 서안 불법 정착촌을 합병할 것인가'라는 기사에서 '선거용 발언에 불과하다'는 정치 분석가의 발언과 '실제 이뤄질 수 있다'는 팔레스타인계 이스라엘 의원의 발언을 함께 소개했다.

이스라엘 정치 여론조사 전문가인 미첼 바라크는 알자지라에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은 선거용 발언에 불과하다고 평가 절하했다. 

그는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며 "나는 네타냐후 총리가 진정으로 요르단강 서안 정착촌을 합병할 의사가 없다고 본다. 정책이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했다. 그는 "현 시점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은 선거용 술책(gimmick)에 불과하다"고도 했다. 

반면 아랍계 정당인 하다쉬 일원인 아이다 투마 술레이만은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 2015년 총선에서 '두 국가 해법에 반대한다'고 발언했고 이를 이행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우려를 표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동예루살렘을 합병했고, 가지지구를 수년째 봉쇄하고 있다. 

 그는 "(2015년에도) 모두가 선거용 발언이라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그 이후 자신이 말한 것을 정확히 해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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