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보훈지청 조성민
인천 보훈지청 조성민

올해 411일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임시정부 수립일은 매년 의미가 있는 날이겠으나 올해는 그 의미가 더욱 특별한 것 같다.

1세기를 의미하는 100이라는 숫자가 가지는 상징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임시정부 수립일을 변경하고 맞이하는 첫 시작이라는 점 때문에 더 그럴 것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임시정부 수립일은 413일이었다. 임시정부 수립일을 413일로 정한 까닭은 조선민족운동연감기록을 근거로 했기 때문이다.

조선민족운동연감1932년 윤봉길 의사의 상하의 의거 직후 상하이 주재 일본총영사관 경찰이 임시정부 사무실에서 압수한 임시정부 관련 문서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이 연감 1919413일조에는 내외에 독립정부 성립을 선언하고, 김규식의 외무총장 겸 전권대사 신임장을 발송함이라고 되어 있다.

이 부분은 임시정부에서 펴낸 한일관계사 사료집4권 제3독립운동에 관한 약사413일조를 그대로 옮긴 것으로, 상하이 주재 일본총영사관 경찰이 구체적 정황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작성한 기록이 413일을 임시정부 수립일로 정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러나,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중국에서 발견된 임시정부 관련 자료를 통해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일이 411일임이 확인되었다.

중국 신화일보1942412일자는 한국임시정부는 11일 오전 8시 성립 23주년 기념식을 거행하였다고 썼고 1945411일의 임시의정원 회의 속기록에서도 대한민국 27411일 상오 10시에 중국 중경시의 정부 대례당에서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제38차 의회 개원식을 거행하다고 기록했다. 이에 학계를 중심으로 임시정부 수립일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논의 속에서 정부는 2018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앞두고 연구용역을 통해 임시정부 수립일을 411일로 변경했다.

많이 늦기는 하였지만 지금이라도 임시정부 수립일이 변경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대한민국 정통성의 시작을 의미하는 임시정부 수립일이 일제의 잘못된 기록에 의해 지정되는 것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일제치하의 고통 속에서도 민족의 긍지와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 애국지사들과 순국선열들의 노력으로 대한민국은 탄생했고 자주국으로서의 지위를 지킬 수 있었다.

임시정부 수립일은 평소에 잊어버리기 쉬운 그들의 숭고한 희생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 또한 100주년이 되는 올해의 임시정부 수립일은 미래 세대가 역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임시정부 수립일을 새롭게 지정한 것은 단순히 오류를 수정한 것만이 아니다. 100년 전 지역과 세대, 종교를 넘어 대한민국의 독립과 국민주권의 실현을 위해 노력한 선열들의 모습을 기억하고 이를 통해 국민통합의 정신을 미래에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100년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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