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KT 아현국사 화재로 인근 지역의 통신망 장애 및 사업장의 결제시스템 등이 마비되는 등 사회적 혼란을 야기한 가운데 전쟁 등 국가적 위기상황에 운용되는 국가지도통신망의 운용을 KT가 수십 년 째도 맡고 있어 과연 KT가 국가지도통신망의 위기상황에 대응이 가능한 능력을 갖췄는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국회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심재철의원(자유한국당, 안양 동안을)이 1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가지도통신망의 위탁운용을 KT가 하고 있으며 위탁과정도 수의계약에 의한 무경쟁 독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가 심재철의원에 제출한 국가지도통신망 위탁운용 사업비는 2019년 199억1,900만원으로 ▲2017년 2016억4,400만원, ▲2018년 204억6,600만 원 등 매년 200억 원 안팎의 비용이 투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지도통신망은 전시 또는 국가비상사태 발생 시 전쟁의 효과적 수행과 국가종합상황실 유지를 위해 국가 주요 기관에 설치해 운용하는 국가지도용 통신망으로 1981년부터 KT의 전신인 구)한국통신이 직접 투자해 운영해 왔다.

<경쟁 없는 수의계약, 단가의 적정성 확인 어려워>

KT에게 국가지도통신망 위탁운용을 맡기면서 매년 수백 억 원씩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데, 이 금액이 적정한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객관적으로 확인이 어려운 실정이다. 경쟁 입찰 등 공개적인 평가가 이뤄진 상황이라면 가격에 대한 평가가 가능한 데 수의계약으로 KT와 매년 갱신하고 있는 상황으로 인해 수백 억 원의 위탁운용비가 적정한 지는 그 판단 근거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국가지도통신망과 유사한 다른 부처의 통신망 사업의 경우 수의계약이 아닌 일반경쟁입찰(일부 제한입찰)로 운용사를 결정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볼때 유독 국가지도통신망의 위탁운용사업자만 유독 수의계약으로 결정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경찰청의 경찰무선망 운영, ▲해양경찰청의 TRS통신망 운용, ▲행정안전부의 국가정보통신망 운영, 통합지휘무선 통신망 운영, 재난안전통신망 구축 및 운영, ▲해양수산부의 초고속 해상무선통신망 구축사업 등은 모두 경쟁입찰로 운용사업자를 결정한다.

<국지망 이원화 안돼 있으면 아현국사와 같은 상황에서는 재난수준>

국가지도통신망은 정부부처 등 92개 주요기관에 설치돼 있으며 전시 등 위기상황에서도 끊김 없이 통신이 이뤄져야 작전 등 수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국방부의 자료를 보면 군 자가망에 대해서는 이원화가 돼 있으나 필수통신망에 대해서는 민간통신사(KT)의 이원화 구성이 개선돼야 한다고만 할뿐 민간통신사의 이원화 구성이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 지난 해 KT 아현국사 화재 시 군 내부 통신망에도 문제가 발생했었다. 아현국사 화재로 군의 합동지휘통제체계 5개, 군사정보통합시스템 4개, 국방망 14개, 화상회의 5개 등 내부망 28개 회선이 먹통이 된 바 있다. 또한 유사시 대통령과 주요 부처 관계자들이 전쟁을 지휘하는 남태령벙커도 불통이 됐었다.

아현국사 화재로 인한 군 통신망의 마비는 국가지도통신망은 아니지만 운영 주체가 KT로 아현국사의 백업통신망 즉, 이원화가 돼있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된 일로 국가지도통신망 또한 이원화가 제대로 구축돼야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대응할 수 있다.

<국가2급 기밀시설, 특정업체가 계속 운용하는 것은 문제>

현재 국가지도통신망은 국가2급 보안시설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비밀시설을 민간업체 직원들이 운용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과기부에서는 예산 상의 문제, 시스템 운용 능력 등의 이유로 KT에게 위탁관리를 주고 있다고 하지만 국가2급 비밀의 유지 지속성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담당하는 KT지원들이 수시로 바뀌는 등 보안에 허점을 보이고 있다.

심재철의원은 “아현국사 화재로 초기에 제대로 대응 및 조치를 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던 KT가 과연 전쟁에 대비한 국가지도통신망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적격자인지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화재 등에 따른 통신장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국가지도통신망의 이원화 여부 점검이 필요하며 특정업체에 수의계약으로 위탁운용을 지속적으로 맡기는 것도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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