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리라 환율이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해 리라 가치 폭락이 우려된다고 CNBC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달러-리라 환율이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해 리라 가치 폭락이 우려된다고 CNBC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리라화의 달러 대비 가치가 6개월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는 등 터키 경제가 심상치 않다. 터키는 지난해 8월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며 통화 위기를 맞았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는 17일(현지시간) 터키의 불안한 정치 상황으로 인해 이번 주 리라화의 가치가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CNBC는 정의개발당(AKP)이 이스탄불 시장 선거를 다시 치르자고 공식 요청한 여파라고 분석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이끄는 AKP는 야당에 이스탄불 시장을 내준 뒤 부정 투표가 이뤄졌기 때문에 이번 선거는 무효라고 주장해왔다.  
  
티머시 애시 블루베이 신흥 시장 전략가는 "시장은 몇 달 동안 이어질 불확실성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며 "재투표 결과가 어떻든 간에 터키의 선거 과정이 불안정하다는 인상을 남기게 됐다"고 지적했다.  

지난 16일 리라의 1달러당 환율은 5.82리라까지 올라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달러-리라 환율의 상승은 리라 약세(리라 가치 하락)를 뜻한다. 2017년 중반 달러-리라 환율은 3.5리라 수준이었다.  

지역 주민들은 리라를 외면하고 달러나 유로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밝지 않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터키의 경제가 올해 2%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인구 8000만을 보유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2위의 터키가 경기 불황에 직면한 이유는 무엇일까. 

투자자들은 에르도안 대통령 체제에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의심하고 있다. 경상수지적자 폭이 커지고, 물가가 로켓처럼 치솟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1월 실업률은 14.7%로 10년 만에 가장 높았다. 실업률은 경제 성장 둔화로 더욱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31일 치러진 터키 지방선거는 대통령을 평가하는 국민투표나 마찬가지였다. 집권당 AKP는 25년만에 수도 앙카라에서 야당에 시장을 내줬다. 상업 중심지 이스탄불에서도 패배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물가상승률이 19%를 넘어선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그가 금리를 낮추는 포퓰리즘적 통화 정책을 단행할까 봐 우려하고 있다.

미국과의 관계도 껄끄럽다. 터키는 미국인 목사 장기 구금, 이란 제재 불참과 관련해 미국과 갈등을 빚어왔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터키 철강에 50% 관세를 부과하기도 했다. 러시아제 첨단 미사일 S-400 구매를 놓고도 미국과 대립 중이다.미국 측은 터키가 러시아산 무기를 구입한다면 미국의 F-35 전투기를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애시는 "지난 20년간 터키를 분석해왔지만 지금처럼 터키가 걱정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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