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주말 오전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박순애(여·74·가명·기초생활수급자) 씨의 집. 낡은 벽지를 뜯어내는 손길들이 분주했다. 옛 벽지가 제거돼 정돈된 벽에는 금세 도배가 이어졌다. 실내가 협소한 탓에 도배를 하는 이들의 움직임은 제한적이었지만, 도배를 하는 손길들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1970년대 정부의 이주민 대책의 일환으로 지어진 이 집은 22평형 연립주택으로, 방 3개와 주방, 화장실 겸 욕실 등으로 구성됐다. 실내가 다소 협소하게 보였다. 박 씨는 하체가 불편한 남편과 고교에 다니는 손자, 중학교에 다니는 손녀 등 네 식구가 이 집을 빌려 살고 있다고 했다. 박 씨의 어려운 사정을 아는 동네 주민이 성남시 ‘한길봉사단’(비영리자원봉사단체)에 신청해줘서 도배봉사가 진행됐다.
성남시의회가 보이는 맞은 편 대로변에서 언덕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는 길에 동네가 모여 있었다. 계단과 언덕이 많은 동네였다. 계단과 언덕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앞서 김용욱(남·58) 성남 한길봉사단원의 설명이 이어진 후, 일사천리로 안방·건넌방·주방 등의 순서로 짐을 옮기고 헌 벽지를 제거하고, 새 벽지를 발랐다. 오후에는 도배 마무리와 함께 새 장판을 바닥에 깔았다.
집주인 박순애 씨는 “우리 사정을 아는, 천주교에 다니시는 동네 지인분이 한길봉사단에 신청해주셔서 감사했다”면서 “봉사오신 분들이 알아서 (도배를) 척척해주셔서 좋았다. 경기도청에 계신 분들이 직접 와서 도와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이날 경기도청 직원들로 구성된 ‘경기사랑봉사회’(경기도청 동호회)와 성남시 비영리봉사단체 ‘한길봉사단’이 합동으로 성남시 수정구·중원구 독거 어르신·기초수급 가구의 도배봉사를 하기 위해 모였다.
경기사랑봉사회는 지난 2011년부터 매년 봄, 한길봉사단과 합동으로 성남시 일원에서 도배봉사를 하고 있다. 지난 2005년 시작된 성남시 한길봉사단은 비영리봉사단체로, 성남시에 거주하는 145명의 회원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성남시 지역에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도배봉사, 점심봉사 등을 주로 하고 있다. 
이날 서애란(54·여·성남지역아동센터 사회복지사) 한길봉사단장은 “도배봉사는 저희만 하다가 (2011년) 비영리단체로 (성남시자원봉사센터에) 등록하면서 경기사랑봉사회와 함께 도배봉사를 시작하게 됐다”면서 “경기도 관계자분들이 여기까지 와서 함께해 의미가 있고, 올해 9년째 함께 봉사를 해서 1년에 한 번 만난다. 만나면 정감이 있고, 뭔가 같이한다는 것이 좋다. 내년에는 10주년이 되는 해이니 특별한 행사도 계획 중이다”고 소개했다.
경기사랑봉사회 이소춘(도 기업지원과장) 회장은 “경기사랑봉사회는 2011년부터 매년 한 차례, 4~5월에 한길봉사단과 주로 성남지역으로 도배봉사를 나왔다”면서 “한길봉사단과 함께 우리 직원들이 땀 흘리면서 열심히 하니까 마음이 맞아 합동 자원봉사활동이 지속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경기사랑봉사회-성남 한길봉사단, 두 곳에서 활동하는 소호섭(도 농업기술원) 선인장연구팀장은 “원래 집이 성남이어서 봉사를 하다 보니 필요한 게 도배였다. 한길봉사단이 주로 도배봉사를 하고 있기에 (도배를) 배워보기 위해 들어가게 됐다”면서 “자원봉사와 (연구) 농사가 비슷해서 즐겁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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