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산 주광현
효산 주광현

봄은 꽃의 천국이다.
봄바람에 살랑살랑 고갯짓하는 풀꽃들도 도란도란 행복을 몸짓으로 얘기하는 듯하다.
아직 차가운 날씨임에도 산골짜기 나무 그늘에 앉아서 활짝 웃는 복수초 꽃, 가느다란 작은 가지를 봄바람에 휘청휘청 흔들며 하얗게 핀 냉이 꽃, 빳빳한 각기둥의 꽃대를 높이 뽑아 올려 그 위에 붉고 길쭉한 꽃을 피우는 광대나물 꽃, 보라색 제비꽃, 앉은뱅이 민들레 꽃, 4잎의 꽃잎에서 3잎은 남색 꽃잎이고 오직 한 잎만 흰색으로 모양을 바꾸고 크기마저 다른 꽃잎보다 작아 앙증스러운 큰개불알풀꽃, 산에 오르면 솔바람에 살랑살랑 고고한 자태로 긴 꽃대를 올린 춘란, 아릿한 전설을 품고 허리 굽은 할미꽃 등등 어느 풀꽃 하나라도 그냥 스칠 수 없는 그들만의 삶이 있는 봄꽃들이다.
봄은 사람들을 자꾸 자연으로 끌어 들인다. 아직은 쌀쌀맞은 날씨에도 사연 깊은 동백꽃, 선비들이 좋아했던 설중매의 매화꽃, 샛노란 개나리 꽃, 산등성이를 붉게 불사르는 진달래 꽃 그러다 봄이 한창 더 무르익을 4월쯤 되면 화려한 복숭아꽃 살구꽃, 벚꽃에 이르기까지 봄은 꽃의 천국이다.
올봄은 여느 해보다 봄기운이 일찍 온 것 같다.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나무는 매화꽃,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복사꽃, 살구꽃, 벚꽃 등등 많이 있다. 이 중 더 일찍 피는 꽃은 2월 끝자락부터 개화의 소식을 전하였다.
잎보다 먼저 피는 꽃들은 그렇지 않은 꽃들보다 더 먼저 피고 더 화려하다.
그 중에서도 벚꽃의 화려함은 가히 황홀경이다.
벚꽃도 대기만성의 기질이 있는가?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꽃들 중에서도 벚꽃은 제일 늦게 핀다.
육상 릴레이 경기에서 마지막 주자 같은 화려함이다.
예년 같으면 4월 중순쯤까지 벚꽃을 볼 수 있었는데 올봄에는 4월 초순에 벌써 꽃잎을 다 날려 버렸다.
벚꽃의 화려함을 만끽하기 위해 가로수를 비롯해 많은 곳에서 군락 지어 심은 벚꽃은 한데 덩어리 져 꽃구름 같은 화려함이다.
화려한 벚꽃도 한 보름 정도 꽃피는 기간이 지나면 한잎 두잎 지기 시작한다.
봄 석 달 중 마지막 이제 한 달 남은 5월이다.
3월과 4월이 화려한 꽃 계절이라면 5월은 새싹이 피기 시작하는 신록의 계절이다.
5월의 신록이 얼마나 생명감 넘치게 싱그럽고 아름다웠으면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불렀을까?
5월이 신록의 계절이라고 해서 5월에 꽃이 없는 건 아니다.
5월에 아릿한 꽃향기로 미풍에 살랑거리는 아카시아 하얀 꽃이 꿀벌을 부르고 보라색 오동나무 꽃도 그 향기가 매혹적이다.
뿐이랴 등나무도 5월이면 보라색 꽃송이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또한 꽃향기 하나로 정원의 한 자리를 차지할 만큼 꽃향내가 좋은 라일락도 4월부터 5월 중에 피는 꽃이다.
어디 이들 나무 꽃만 꽃이랴.
5월이 되면 풀꽃도 지천으로 꽃을 달고 미풍에 봄노랠 부른다.
이렇게 우리나라 자연의 봄은 온 천지가 꽃동산이 되고 사람들은 꽃놀이에 상춘객의 나그네 길에 나선다.
 봄기운에 젖어 행락(行樂)길에 나서는 상춘객들의 마음은 다 행복한가? 행복은 외부에 있는 게 아니라 마음의 눈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만만찮은 삶의 질곡(桎梏)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꽃피고 새우는 자연의 품에 안길 수 있음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이런 아름다운 자연의 봄에서 마음의 눈을 뜨고 상춘(賞春)의 길을 나서면 이 또한 행복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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