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 청년 10명 중 8명은 신혼집으로 아파트를 희망했지만 그중 절반만이 실제 아파트 마련이 가능하다고 답해 이상과 현실 사이 괴리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74%에 달하는 청년들이 신혼집을 자가로 마련하고 싶어했으나 현실적으론 13%만이 이룰 수 있는 꿈이었으며, 신혼집 마련에 필요한 비용도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5000만원 이상 더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청년층의 주거특성과 결혼 간의 연관성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7~39세 남성 1708명과 25~35세 여성 1294명 등 미혼 청년 3002명은 지난해 8월31일부터 9월13일까지 이 같이 답했다. 

희망하는 신혼집 주택 유형으로 79.0%가 아파트를 꼽아 단독주택(14.8%)이나 연립 및 다세대주택(3.6%) 등보다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여성(80.8%)이 남성(77.6%)보다, 수도권(80.9%) 및 광역시(82.5%) 거주자가 그 외 지역에 사는 사람(71.9%)보다 아파트를 희망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결혼 의향이 있는 청년(81.0%)들이 결혼할 생각이 없는 이들(71.3%)보다 아파트를 더 선호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청년은 40.0%에 그쳤다. 결혼할 때 아파트를 꿈꾸던 청년 중 절반 가까이가 현실의 벽 앞에서 고개를 돌린 것이다.

현실적인 대안은 연립 및 다세대주택이다. 희망 신혼집 주택 유형에서 100명 중 4명도 꼽지 않았던 연립 및 다세대주택이 현실에서 마련 가능한 주택 선택지 중에선 36.7%로 아파트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심지어 통계청 미혼 남성 가운데 평균 초혼 연령인 만 33세 미만인 경우와 수도권에 사는 남녀는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인 신혼집 유형이 아파트가 아닌 연립 및 다세대주택이었다. 

이외에도 선호도가 2.3%에 그쳤던 오피스텔은 13.1%로 늘었고 희망 문항에서 선택한 사람이 한명도 없었던 고시원·기숙사를 현실 가능한 대안이라고 답한 비율도 3.6%나 됐다. 

이상과 현실간 격차는 신혼집 점유 형태에서 더 극명하게 드러났다.

73.9%의 미혼 청년들은 자가 형태로 신혼집을 꾸릴 수 있기를 바랐으나 실제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청년은 13.4%에 그쳤다.

현실적인 신혼집 마련 형태론 전세가 가장 높은 응답률 56.5%를 기록했는데 희망한 비율(24.0%)의 두 배가 넘는다. 희망하는 선택지에서 1%가 채 안 됐던 보증금 있는 월세로만 신혼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응답자도 25.7%로 아파트보다 높았다.

청년들은 신혼집 마련에 평균 1억5990만원이면 적절하다고 보지만 현실적으론 평균 2억1129만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적정 비용보다 실제 비용이 5139만원이나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신혼집을 둘러싼 희망과 현실 사이 간극이 크고 비용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서 청년들 사이에선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하다거나 꼭 마련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자가 소유에 대해 45.1%는 여전히 '꼭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44.0%는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해 보인다'고 했으며 10.7%는 '꼭 필요하지 않다'고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가운데 결혼할 생각이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미혼자들은 47.1%가 내 집 마련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불가능해 보인다고, 45.6%가 '꼭 필요하다'고 답한 점이 눈길을 끈다. 회의적인 응답률이 전체 결과보다 높았지만 '내 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약간 높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과거 결혼을 하고 집 장만을 해나가고 하던 과정들이 현재 청년들에게는 자의에 의해 원치 않는 것이 되기도 하고 타의에 의해 실현 불가능한 일이 돼 버리기도 하는 것"이라며 "결혼을 하고자 하는 미혼 청년에 대해선 이런 포기가 더 커지지 않도록 지원이 더욱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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