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조정 관련 개정 법안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이후 경찰이 표면적인 대응을 유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검찰과 정면충돌할 경우 이 사안이 자칫 권력 기관간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쳐 수사권 조정의 의미가 퇴색할 가능성을 우려한 행보라는 게 대체적 해석이다. 다만 상황 전개에 따라 경찰청장이 논란의 전면에 직접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8일 복수의 경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경찰은 수사권조정안과 관련한 최근 법조계 주장에 대해 적극적 대응은 자제하되 사실 관계 측면에서만 반박할 부분이 나오면 언급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앞서 문무일 검찰총장이 “현재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법률안들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는 견해를 내자, 경찰이 “검찰은 언제든지 경찰 수사에 개입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응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경찰은 검찰과 서로 공방을 벌이는 등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경계하면서 정세를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수사권조정안의 공이 패스트트랙으로 국회에 넘어간 상황인데다가 조정안의 내용 또한 현행 체계보다 진일보 했다는 평가가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대급부로 지목되고 있는 자치경찰제 시행이나 정보경찰 문제의 경우 아직 가시화 단계는 아닌 상황이어서 현재까지는 경찰이 선제적 행동에 나설 필요성은 적은 국면이라는 분석도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권조정안은 이미 패스트트랙으로 국회에 넘어간 상황”이라며 “기본적으로 국회에서 논의될 일이라고 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도 “지금은 경찰이 신중하게 바라봐야하는 때이지 공식적으로 대응할 만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앞으로 국회에서 논의가 돼야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현재 경찰이 수사권조정안 논란을 대하는 자세는 최근 법조계에서 수사권조정안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는 것과 다소 대조적이다.
법조계는 문 총장은 물론 일선 검사들 역시 수사권조정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내놓았으며, 변호사단체 등에서도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부 학계에서도 이번 수사권조정안에 대한 반대 성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찰 내부에서도 법조계 주장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물론 수사권조정안 자체에 대한 반발이 있는 등 온도차는 일부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황운하 대전경찰청장이 검찰 측 주장에 대한 반대 견해를 피력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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