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그라지아노 다 실바 FAO 사무총장이 13일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포용적 성장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주제로 열린 '제3차 지속가능한 농업발전을 위한 글로벌 ODA 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식량 문제와 관련된 국제연합(UN) 산하 기구들이 UN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상 제2 목표인 '식량 안보'를 달성하지 못할 위기에 처해 있는데 대해 일제히 우려했다.

호세 그라치아노 다 실바(Jose Graziano da Silva)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사무총장과 길버트 호웅보(Gibert F. Houngbo) 국제농업개발기금(IFAD) 총재, 데이비드 비슬리(David Beasley) 유엔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은 13일 '제3차 지속 가능한 농업 개발을 위한 글로벌 국제농업협력(ODA) 포럼'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UN은 2000~2015년 시행된 밀레니엄개발목표(MDGs)를 종료한 후 2016~2030년 시행될 공동 목표인 SDGs를 발표한 바 있다. 빈곤 및 기아 종식과 더불어 질병, 교육, 성평등, 난민, 분쟁, 기후 변화, 에너지, 환경 오염, 생물 다양성, 주거, 노사, 고용, 사회구조 등 분야에서 17개 주 목표와 169개 세부 목표를 설정했다.

호세 FAO 사무총장은 "기아에 허덕이는 인구수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중동 지역 분쟁이나 동아프리카에서의 엘니뇨 현상 등 기후 변화로 상황이 악화됐다"며 "FAO에서 최근 수치를 발표하겠지만, 기아 수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위기 영향으로 개발도상국에서 충분한 성장이 이뤄지지 않고 낮은 고용률과 자금 부족으로 기아 수치가 다시 올라가고 있다"며 "SDG 중 기아와 빈곤 퇴치 달성을 위한 노력에선 우리가 뒤처지고 있다. 이 두 목표가 충족되지 않으면 나머지 목표들도 달성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길버트 호웅보 IFAD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포용적 성장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주제로 열린 '제3차 지속가능한 농업발전을 위한 글로벌 ODA 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길버트 IFAD 총재도 "21세기엔 그 누구도 기아로 고통받는 일이 없어야 하고 이는 우리의 도덕적 의무"라고 강조하며 "현재 우리는 SDG의 제2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만성적 영양 부족을 겪는 아동은 성인이 됐을 때도 자신의 잠재력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1억4900만명에 달하는 5세 미만 발육 부진 아동들에게 개인적인 비극일 뿐 아니라 그들의 가족과 지역사회, 국가 전체에도 경제적 부담"이라며 "아동의 성장 발달 저해로 인한 비용은 전 세계적으로 1인당 소득 손실 기준 국가총생산(GDP)의 1~13%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길버트 총재는 "전체 공적개발원조(ODA) 중 농업 관련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하며 이 수치는 몇 년간 제자리 걸음이었다"며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¾ 정도는 개도국 농촌 지역에 사는 생계형 농업인으로, 제로 헝거(zero hunger)'를 달성하기 위해선 벽지 농촌 지역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데이비드 비슬리 유엔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이 13일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포용적 성장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주제로 열린 '제3차 지속가능한 농업발전을 위한 글로벌 ODA 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데이비드 WFP 사무총장 역시 "분쟁 등 인도주의적인 위기가 종식되지 않는다면 2030년까지 제로 헝거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며 한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공여국이 돼 2800만달러 규모의 자금과 함께 기술적 요소들을 제공하는 등 롤모델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한국이 받은 만큼 전 세계에 환원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20~30년 뒤가 매우 걱정된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전 세계 국가 중 최초로 식량 수여국에서 공여국이 됐다. 한국은 지난 1963년 WFP로부터 식량 원조를 받았지만 지난해부터는 아프리카, 중동 등 쌀 부족 국가에 쌀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까지 3만6796t이 배분돼 누적 711만명이 혜택을 본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올해에는 예멘·에티오피아·케냐·우간다 등 4개국에 하반기 중으로 쌀 5만t을 원조할 계획이다.

한편 기아 문제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비만 문제 역시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호세 FAO 사무총장은 "비만은 선진국이든 개도국이든 모든 곳에 있는 사람들, 남녀노소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특별한 액션(action)을 취하지 않으면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보다 비만 인구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세 총장은 "비만은 전 세계에서 3번째로 높은 비용을 초래하는 질병이다. 우리는 2~3조달러의 예산을 비만 문제에 대처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고 짚으며 "식품 생산 시스템상에서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가 생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비만은 특히 식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에서 문제가 크다"며 "수출국에 건강한 먹거리 생산을 요구하는 무역 협상 방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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