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4일 연고점을 새로 썼다. 1200원을 목전에 둔 상황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성장률 악화와 외국인 주식 ‘팔자’로 인해 원화 약세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187.5원) 대비 2.5원 오른 1190.0원에 개장했다. 환율은 지난 9일  이후 4거래일 연속 연고점을 새로 경신하고 있다. 오전10시3분을 기준으로는 1185.9원에 거래돼 소폭 조정세를 띈다. 
원화 약세의 큰 원인이 되는 미중 무역분쟁은 격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25%로 상향하기로 한 이후 중국도 반격에 나섰다. 중국은 13일(현지시각) 다음달 1일부터 6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직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지 결정하지 않았다”며 달래기에 나섰지만 미중간 불확실성은 큰 상황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원화 약세에 대한 파급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가 발표한 ‘2019년 4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이 서로 25%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첫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세계가 0.11%p, 미국 0.31%p, 중국 1.22%p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의 성장률이 크게 하락하는 만큼 한국 등 신흥국 통화 가치가 동반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중국 위안화와 원화는 연동되는 양상을 띄기 때문이다. 중국 성장률 부진으로 인해 우리나라 대중국 수출도 감소하면 이중으로 원화 가치가 하락할 우려가 있다. 
환율 상승으로 인해 외국인 자금 이탈이 심해질 경우 환율 오름세가 더 가속화될 수도 있다. 환율이 오를 경우 외국인들은 그만큼 환차손을 입게 된다. 아직까지는 외국인 이탈이 심하지는 않지만 환율이 계속 오를 경우 외국인 ‘팔자’ 심리가 생기고, 원화 수요가 줄어 환율이 더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미중 무역협상 결렬 우려로 인해 위안화 등 아시아 통화 가치가 절하돼 원달러 환율도 상승랠리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무역전쟁에 취약하다는 평가로 주식시장 외국인 투심이 악화되면 자본 유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위험기피 현상이 극대화되며 원·달러 환율도 고점 경신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장중 위안화와 증시 외국인 동향, 당국의 대응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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