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의 한 아파트 도로 공사 과정에서 주민 동의 없이 폐기된 도로 열선 문제로 입주민 사이 고소·고발이 벌어지는 등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10일 수원중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수원시 팔달구 화서동의 블루밍푸른숲아파트 동대표 A씨 등 2명은 지난달 재물손괴 혐의로 관리소장 B씨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C씨를 고발했다.

지난해 12월4~7일 수원시 공동주택관리지원사업으로 진행된 아파트 도로 재포장 공사에서 공사계획서상 안전관리자와 공사감독자였던 B씨와 C씨가 도로 열선(스노우멜팅) 장치를 주민 동의 없이 훼손·폐기했다는 것이다.

폐기 당시 열선 3곳 가운데 1곳은 정상 작동하고 있었고, 2곳은 150만 원 상당의 부품을 교체하면 사용할 수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B씨는 공사 업체에 이 장치를 폐기하라고 지시했다.

해당 장치를 새로 설치하려면 7400여만 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주민들은 ‘도로열선회복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자체 감사를 진행하는 한편, 경찰에 이들을 고발했다.

B씨는 자체 감사 과정에서 “열선이 고장나 사용할 수 없는 상태로 알고 있었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B씨가 소속된 해당 아파트 유지·관리 업체도 책임을 입주자대표회의로 넘겼다. 해당 공사가 입주자대표회의 의결로 진행돼 공사 책임자도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C씨였고, 열선 폐기 문제도 그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업체 관계자는 “해당 열선은 10년 동안 사용한 적도 없다. 도로 포장 공사가 끝나 열선 폐기 문제도 이미 지나간 일”이라며 “업체가 책임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C씨도 “열선 폐기 과정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고 주장하면서 감사 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책임을 묻고 비판한 A씨 등 동대표 3명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하지만 입주민들은 자체 감사를 통해 두 사람에게 주민 동의 없이 도로 열선을 폐기해 아파트에 재산 피해를 입힌 책임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지난해 11월 관리사무소 직원이 열선 시공 업체 점검 결과 열선이 멀쩡하거나 수리하면 쓸 수 있다는 내용을 B씨에게 보고했고, 공사 감독자였던 C씨도 해당 공사 현장에서 열선 폐기 문제를 함께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여러 건의 고소·고발이 접수돼 수사 중이다. 아파트 주민 사이 종종 일어나는 갈등이지만 이번엔 유난히 소란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구체적인 수사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황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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