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노라의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
안노라의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
  • 경기매일
  • 승인 2019.06.1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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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_27 조직의 쓴 맛을 보여준 '고기잡이'
출처_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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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노라 ▲‘그림으로 만나는 서양사’인문학 강사▲‘벗에게 가는 길’인문학 공간 대표
안노라 ▲‘그림으로 만나는 서양사’인문학 강사▲‘벗에게 가는 길’인문학 공간 대표

 

강철 두드리는 망치 소리를 내며 공기를 팽팽하게 당기는 혹독한 겨울바람도 바다를 얼릴 수는 없습니다. 하늘과 땅이 얼어붙은 듯해도 먼 바다에서 용왕님이 몸을 뒤척이며 물너울을 만들고 계시거든요. 오래 전, 쨍하게 얼어붙은 겨울 한 복판, 노을이 엎어진 바다를 낡은 통통배를 타고 작은 섬으로 향했습니다. 30여분을 가자 엎치락뒤치락 하는 하늘과 바다를 잇는 검고 가파른 장대가 보였습니다. 장대 사이사이로 손님을 맞는 어머니의 앞치마처럼 넓고 고른 주름이 섬 앞에 펼쳐져 있었지요.

 

그때, 김 양식장을 처음 보았습니다. 검고 반짝이는 해초 위에는 바다와 바람의 무늬가 물들어 있었습니다. 장대 사이로 김 포자가 붙은 발을 걸어 물이 들 때 키웁니다. 물이 나고 갯벌이 드러나면 바람이 뜀박질을 해가며 말려 놓지요. 그렇게 바다와 바람은 도톰하고 고소하고 깊은 맛이 나는 김을 만들었던 게지요.

 

드나듦을 조절해 먹거리를 만든 건 김만이 아닙니다. 마음대로 들어 올 수는 있지만 마음대로 나갈 수는 없다는 걸 은유하는 농담으로 조직의 쓴 맛운운 하는데 들어오되 나갈 수 없는 조직의 쓴 맛을 보여준 작품이 있습니다. 김홍도(金弘道 1745~1806?)가 그린 <고기잡이>입니다. 지금 생선이라고 하면 짭조름한 고등어, 구수한 명태 등 바닷고기를 떠 올리지만 조선시대 생선은 주로 민물고기였습니다. 먼 바다로 그물질을 나가기엔 어선이 발달하지 못해 뭍에서 가까운 내만어업이 주를 이루었거든요. 먹거리는 바다와 강이 만나는 곳의 생선인 연어, 숭어, 조기, 청어 등이 많았고 생선을 잡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소금에 절여 젓갈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제 그림을 볼까요?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얕은 바다에 말장을 둘러 박아 만든 울짱이 보입니다. 말장은 나무를 가늘게 다듬어 깎아서 만든 나무 말뚝입니다. 울짱은 밀물 때 들어온 고기가 썰물 때 빠져 나가지 못하게 만든 설비예요. 들어오되 나갈 수는 없는 조직 구조이지요. 울짱 한 쪽에는 통발을 달거나 그물을 걸었습니다. 어부들은 조직의 단원답 게 말장을 날개 형으로 펼치고 단단히 준비합니다. 이윽고 밀물과 썰물을 지나 울짱 안에 물고기가 많이 들어온 걸 확인하면 울짱 안으로 들어가 물고기를 떠서 배에 저장했습니다. 옛사람들의 오랜 고기잡이 방식이지요.

 

자세히 보시면 울짱 안에 있던 두 명의 어부가 소쿠리에 담은 생선을 바깥 쪽 배에 있는 어부에게 건네주고 있어요. 배에는 커다란 항아리가 있습니다. 생선을 담는 항아리겠지요? 게다가 앞 쪽의 배 안에는 항아리 뿐 만 아니라 두 개의 작은 솥단지도 보입니다. 배 안에서 음식을 조리해 먹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맨 앞의 움막을 친 배에는 어부들이 통발을 수리하며 쉬고 있네요. 그림 오른쪽 위 편, 갈매기들이 울짱 주위 하늘에 포물선을 그립니다. 까치밥을 남겨두는 것처럼 갈매기들을 위해 몇 마리의 생선을 남겨 두었나 봅니다. 갈매기들의 날개 짓 소리, 어부들의 웃음소리가 화면 밖까지 명랑하게 쏟아집니다.

 

김홍도의 풍속화는 소소하고 디테일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습니다. 한 호흡에, 손목 힘도 들이지 않고 쓱쓱 그린 듯 하지만 작은 묘사에도 거친 삶을 품는 뭉근한 애정이 담겨 있습니다. 김홍도는 사람을 사랑했던 위대한 화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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