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의회의 본회의가 잇따라 파행을 빚는 과정에서 시의원과 시민들이 욕설과 고성, 폭력까지 행사하면서 부상자들이 속출하는 등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청사방호를 위해 동원된 공무원들은 업무공백은 물론, 심한 욕설과 폭행에도 이렇다할 대응 조차 못하고 있다. 한 공무원은 시민이 던진 물병에 맞아 눈 주변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20일 고양시의회 등에 따르면 지난 18~19일 제232회 본회의가 열리는 고양시의회 본회의장 앞은 3기 신도시 철회를 요구하는 주민 수십여명이 찾아와 항의 농성을 벌였다.

본회의에서는 3기 신도시의 문제점과 대책을 요구하는 내용의 시정질문이 예정돼 있었고 이재준 고양시장의 첫 공식 입장에 관심이 모아졌다.

이날 주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본회의장 앞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고 개회시간인 오전 10시가 됐지만 민주당 시의원들의 불참으로 지연됐다. 민주당 측은 자유한국당 시의원들이 노트북에 설치한 ‘3기 신도시 철회’ 피켓을 철거하지 않으면 출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결국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강경자 시의원은 시민들에게 “일산이 싫으면 이사가라”거나 반말 등으로 일관하고 “XX하고 있네”라는 욕설까지 하면서 주민들을 자극했다. 또 다른 민주당 시의원들도 주민들에게 반말과 손가락질로 거드는 모습이 쉽게 목격됐다.

주민들 역시 청사방호에 나선 공무원들에게 욕을 하고 심지어 “이재준 개XX”라는 과도한 언행도 서슴치 않았다. 게다가 물병을 던져 고양시의 한 공무원은 눈 주변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공무원들은 “우리도 고양시민이고 한 가정의 가장이자 부모인데 욕설은 기본이고 할퀴고 멱살을 잡고 ‘내 세금으로 먹고 사는 개돼지’라는 등 비아냥 섞인 주민들의 발언에 자괴감을 느꼈다”며 “청사방호 매뉴얼에 따른 공무원들에게 너무 과도한 발언과 행동은 자제해 주길 부탁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지난 20일에는 시정질문이 표결로 무산돼 흥분한 주민과 시의원 간 몸싸움 과정에서 3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공무원은 “직원들은 밖에서 과격해진 주민들을 달래고 안정시키는데 오히려 몇몇 시의원들의 발언으로 화를 돋우며 일을 키웠다”면서 “집행부를 견제의 대상이 아닌 하부 조직인 것처럼 생각하지 않는 이상 저런 행동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주민 김모(52)씨도 “강 시의원 뿐 아니라 대다수가 반말과 삿대질을 해대고 오만한 모습으로 일관했다”며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시의원들이 주민들의 목소리에 욕설과 비아냥으로 일관하는데 어떤 시민이 흥분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항의 문자를 보내면 ‘내 방으로 오라’는데 문을 잠궈두고 어떻게 오라는 건지, 시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밖에 안보인다”며 “주민들의 분노를 자아낸 시의원들에 대해서는 주민소환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강 시의원은 “욕을 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우선 시민에게 죄송한 마음이 크다”며 “다만 지금도 의회 사무실에 갇혀 식사는 커녕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하는 등 시의원들의 심적 고통도 크다 보니 다소 과한 발언을 한 점은 죄송하다”고 해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평화로운 집회는 가능하지만 도를 넘어선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한 법집행이 원칙인 만큼 시의원도 시민도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고양 = 원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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