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8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내 카펠라 호텔에서 합의문에 서명한 후 악수하고 있다.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흥미로운' 내용이 담긴 친서를 받았다고 23일 공개하면서 하노이 회담 이후 중단된 북미 간 대화가 정상 간 친서 교환을 계기로 교착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께 도널드 트럼프 미합중국 대통령이 친서를 보내어왔다"며 "최고령도자 동지께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읽어보시고 훌륭한 내용이 담겨있다고 하시면서 만족을 표시하시었다"고 밝혔다. 

신문은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신의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읽는 모습도 공개했다. 

신문은 이 친서가 언제 어떤 계기로 전달됐는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1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밝힌 '아름다운 친서'에 대한 답신 성격의 친서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주목되는 부분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보낸 친서를 읽고서 "(트럼프의) 정치적 판단 능력과 남다른 용기에 사의를 표한다"며 "흥미로운 내용을 심중히 생각해볼 것"이라고 말했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외교는 지난 1월,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당시 통일전선부장이던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한 이후 중단된 상태였다. 

이후 북미 정상은 연설이나 기자회견 등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장외에서 대미·대북 메시지를 발신해왔다. 

김 위원장은 특히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6·12 조미 공동성명의 정신에 역행하는 적대적 움직임들이 노골화되고 있으며, 나는 이러한 흐름을 매우 불쾌하게 생각한다"며 "새로운 조미관계 수립의 근본방도인 적대시정책 철회를 여전히 외면하고 있으며, 우리를 최대로 압박하면 굴복시킬 수 있다고 오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미국이 지금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서는 것이 필요하다"며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며 시한을 통지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28일(현지시간)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의 단독 회담을 마치고 회담장 주변을 거닐며 얘기하고 있다. 

지난 11일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힌 '아름다운 친서'는 기본적으로 두 정상의 '개인적' 신뢰를 확인하면서도 비핵화 협상에 있어서는 '계산법 변경' 요구를 담고 있었을 거라는 관측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약 열흘 만에 친서를 보냈고,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읽힌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력'과 '용기'에 사의를 표하며 제안을 '심중히' 생각해보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에 '셈법' 변경 의지와 관련 내용이 담겼을 거라는 점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남북미 정상들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후 한국을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북미 비핵화 협상 문제가 핵심 의제다. 

앞서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북미 비핵화 협상에 진전을 가져다줄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섞인 발언으로 풀이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0일 평양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북미 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북한의 안보 우려 문제를 해소하는 데 적극 개입하겠다고 독려했다. 영변 핵 시설 폐기와 제재완화를 등가교환하자는, 단계적 동시행동적 비핵화를 주장하며 미국에 셈법을 바꾸라고 맞서는 김 위원장의 비핵화 전략이 응당하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그럼에도 아직은 북미 협상을 중심으로 비핵화 대화가 진행돼야 한다는 점은 분명히 한 것이다.

일련의 흐름에 비춰볼 때 남북미가 정치적 선언으로 관계 개선 의지를 재확인할 수 있는 종전선언 카드가 다시 유력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종전선언은 중국의 참여를 전제하지 않고 있어, 이 단계를 건너뛰고 곧바로 남북미중 4자가 참여하는 평화체제 논의가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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