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4년간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오던 한국 정유업계가 올해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공급 과잉과 수요 감소로 정제마진이 하락하고 있는 데다 국내 정유사 화학사업의 주력 제품인 파라자일렌(PX) 가격도 약세여서 2분기 실적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업계 1위인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4365억원으로 1년 전보다 48.7%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이마저도 최근 보고서를 낸 증권사들은 SK이노베이션의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봤다. 신한금융투자는 5일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영업이익을 3707억원으로 내다봤다. 
에쓰오일은 시장의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것은 물론 적자전환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177억원이지만 1~2달 전 분석한 결과가 대부분이다.  
KB증권 백영찬 연구원은 “에쓰오일의 2분기 매출액은 5조6691억원으로 전분기보다 늘지만 작년 동기보다 5.6% 줄고 영업손실은 562억원으로 전분기 및 작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해 시장 전망치를 크게 하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석유사업은 영업적자 145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며 “휘발유 가격 약세로 인한 정제마진 하락, 5∼6월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부정적 래깅(원재료 투입 시차 효과) 효과 발생 등이 석유사업 실적 부진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영업흑자는 예상되지만 지난해보다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SK증권은 핵심계열사인 칼텍스의 부진 여파로 GS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4338억원으로 컨센서스 대비 21.6% 낮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유업계의 이 같은 저조한 실적은 수요 감소에 공급 과잉까지 겹친 탓이다. 미·중 무역 전쟁에 따라 휘발유·경유 수요는 감소한 반면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과 중국 정유공장 가동으로 공급은 오히려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아시아 지역을 대표하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지난달 말 배럴당 2.8달러까지 떨어졌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금액이다. 통상 국내 정유업체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4~5달러 수준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11월 하순부터 석 달여간 4달러 밑에서 움직인 후 3월부터 4달러를 웃돌았지만 4월 셋째 주 이후 두달 동안 4달러를 밑을 맴돌고 있다. 
정유사들은 1분기에도 마진은 정제하면 할 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였지만 급격한 유가 상승에 따른 ‘래깅효과(원유 도입과 제품 출하 시기 차이에 따른 효과)’를 바탕으로 정유 부문에서 간신히 이익을 냈다.  
반면 2분기에는 미·중 간 무역분쟁 등의 여파로 유가가 사실상 정체 상태라 래깅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 소비가 많은 ‘드라이빙 시즌’으로 접어들면서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지만 정제마진이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정유 부문 실적은 좋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파라자일렌 시황도 좋지 않다. 평균 가격이 1분기에 t당 1068달러에서 2분기 톤당 901달러로 하락했다. 2분기 PX 스프레드(제품 가격에서 원료 가격을 뺀 차이)는 톤t당 320달러로 전분기대비 242달러 떨어졌다 
원유 부산물인 나프타를 아로마틱 설비에 투입해 만드는 PX는 합성섬유의 중간 원료로 사용되며, 국내 정유사 화학사업의 핵심 제품이다.
다만 하반기부터는 마진이 개선될 수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제해사기구(IMO) 황산화물 배출규제 시행 효과로 경유, 저유황 연료유 등 고부가가치 석유제품 수요 확대가 예상되고 있어서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시황 전망은 긍정적”이라며 “미·이란 갈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연장 등 상승 요인과 미·중 무역분쟁 등 하락 요인이 모두 유가에 이미 반영돼 하반기에는 유가 안정이 개대된다. 하반기에는 유가의 변동성이 축소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정제마진에 대해서는 “2분기 정제마진은 배럴당 4.3달러 수준을 유지했는데 손익분기점 (4~5달러) 이하는 물론이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며 “계절성과 IMO 2020 등 정책 효과를 고려하면 정제마진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계단식 이익 증가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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