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일본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61)가 코믹 미스터리를 선보였다. 비행기 탑승객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사건들과 거기에 도전하는 스튜어디스 명탐정 콤비의 좌충우돌 활약상을 그렸다. 실제로 스튜어디스로 일한 누나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작품을 구상했다.


신일본항공의 스튜어디스인 A코는 도쿄대를 중퇴하고 입사 시험에 톱으로 합격한 갸름한 얼굴의 미인형으로 회사의 신뢰가 두텁다. 이에 반해 B코는 턱걸이로 입사 시험을 통과하고 훈련 과정도 꼴찌로 마쳤다. 승무원치고는 흔치 않은 뚱뚱한 체형에 궁금한 것을 못 참으며, 사건을 몰고 다닌다. 이처럼 둘은 하나부터 열까지 정반대지만 신기할 정도로 호흡이 잘 맞아 늘 붙어 다닌다.


기발한 상상과 그 상상을 뛰어넘는 절묘한 추리로 이루어진 ‘살인 현장은 구름 위’는 다양한 사연을 지닌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비행기라는 한정된 시공간에 모이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룬다. 이 사건들을 통해 일본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 특히 거품 경제로 인한 탐욕과 허영, 부도덕이 횡행하던 시대의 일그러진 모습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겉으로는 아무 일 없는 듯 평온해 보이는 탑승객들은 그러나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저마다 긴박한 사정과 남모를 애환을 안고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오사카 부립대학 전기 공학과를 졸업한 후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틈틈이 소설을 쓰기 시작해 마침내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1985년 ‘방과후’로 에도가와 란포상을 받으머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1999년 ‘비밀’로 일본 추리 작가 협회상을 거머쥐었다. 2006년에는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제3탄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제134회 나오키상과 본격 미스터리 대상을 따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몽환화’, ‘기도의 막이 내릴 때’, ‘가면 산장 살인 사건’ 등으로 주목받았다. 


책은 총 7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K호텔 살인의 밤’, ‘분실물에 유의하세요’, ‘중매석의 신데렐라’, ‘길동무 미스터리’, ‘아주 중요한 분실물’, ‘허깨비 승객’, ‘누가 A코를 노리는가’. 김난주 옮김, 276쪽, 1만3800원, 재인.
지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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