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오후 6시가 넘은 시간 찾은 서울 잠실의 한 유니클로 매장. 퇴근 시간인데도 여름 세일 기간이라 평소같았으면 붐빌 매장이 꽤 한산했다. 옷을 입어보는 사람이 많지 않아 10여개의 피팅룸 중 1~2개를 빼고는 문이 열려 있었다. 계산대 역시 줄이 형성되지 않고 바로 계산이 가능했다. 같은 매장의 10일 점심시간대도 마찬가지다. 직원을 제외한 손님들을 한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매장을 찾은 이들이 적었다.
유니클로가 일제 불매운동의 타깃이 되면서 성장세가 한 풀 꺾일지 관심이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유니클로를 대체할 만한 브랜드 몇 가지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에 기회가 될 지 여부도 관련업계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유니클로 불매운동의 반사이익을 볼 만한 브랜드로 탑텐, 스파오, 에잇세컨즈, 데이즈 등이 꼽힌다.  
불매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누리꾼들은 특히 이중에서도 신성통상이 운영하는 ‘탑텐’과 이랜드의 ‘스파오’를 주목하고 있다. 두 브랜드는 이른바 ‘애국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탑텐은 광복절을 앞두고 ‘8·15 캠페인 티셔츠’를 내놨다. 김구, 유관순, 윤동주 등 독립운동 관련 인물과 광복된 해인 1945를 모티브로 디자인했다.
애국 마케팅은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1000원선에서 머물던 신성통상의 주가는 일본 정부가 반도체 관련 수출 규제를 하겠다고 밝힌 1일 이후 상승하기 시작해 이날 종가 기준 1405원까지 올랐다. 
스파오는 토종 캐릭터 ‘로보트 태권브이’와 콜라보레이션한 반팔 티셔츠와 에코백 등을 출시했다. 일본 및 글로벌 브랜드들이 장악하던 국내 시장에서 토종 콘텐츠로서의 자존심을 지켜온 국내 대표 브랜드가 협업 작업을 했다는 게 이랜드의 설명이다. 태권브이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장악하던 국내 시장에 태권도를 소재로 해 제작된 작품이다.
이들 브랜드의 마케팅이 일제불매운동을 겨냥해 마련된 것은 아니지만 공교롭게도 시기가 맞아떨어졌다. 이랜드 스파오 관계자는 “올해가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라 태권브이와 협의한 마케팅”이라며 “오랫동안 진행된 내용이고, 반일감정에 기대 갑작스럽게 발표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니클로가 한일관계로 인해 불매운동 이슈에 휘말린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닌 만큼 업계에서는 일본의 경제보복이 얼마나 장기화될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에잇세컨즈 관계자는 “세일 기간인데, 지난해보다 세일폭이 더 커 전년 보다 신장 중이기는 하다”면서도 “유니클로 불매 운동에 따른 직접적 영향은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유니클로는 독도의 명칭을 다케시마로 바꾸자는 캠페인을 후원했다는 의혹,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승천기를 연상시키는 디자인 등으로 여러 번 세간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그러나 4년 연속 매출 1조원을 달성했고, 지난해 1조3732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순항해 일제 불매운동의 영향은 미미하다는 평가가 나왔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불매운동의 확산정도가 전에 보기 어려울 정도로 크게 나타나고 있는 것 같긴 하다”며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이 되면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있어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 SPA 시장의 절대강자인 유니클로가 주춤하면서 상대적으로 국내 브랜드에는 호재가 될 전망이다. 다만 최근 이슈가 되는 애국심 마케팅 보다는 실제로 유니클로를 대체할 만한 상품군을 구비한 브랜드가 실질적인 반사효과를 볼 것이란 분석이다.
또 다른 패션업계 관계자는 “에잇세컨즈나 스파오 등 브랜드보다는 기본 아이템에 충실한 유니클로의 상품 특성 상 데이즈가 가장 근접한 대안이 될 수 있어 일정 수준의 반사이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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