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가 미디어센터 통폐합 당시 독립성 보장을 위해 시의회, 센터 관계자와 한 약속을 전혀 지키지 않아 센터 파행을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수원시와 도시재단은 미디어센터 운영위원의 이사회 이사 선임 약속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처음부터 시민사회와의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었던 게 아니었냐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수원시와 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도시재단) 등에 따르면 시는 2017년 7월 청소년육성재단의 미디어센터 위탁운영과 센터 직원의 고용 불안정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수원영상미디어센터 관계자 TF팀’을 구성했다.

수원시 담당 부서, 시의회, 미디어센터 운영위원회, 당시 센터 위탁운영을 맡은 청소년육성재단, 센터 관계자 등이 참여한 TF팀은 같은해 7월11일부터 11월17일까지 6차례 회의를 열어 센터를 도시재단에 편입시키기로 결정했다.

당시 수원시는 시민 정책제안으로 출범해 거버넌스 모범이 된 미디어센터의 고유 정체성과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센터 운영위원이 도시재단 이사회 이사로 선임될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SUPER SUV, 트래버스

미디어센터가 도시재단으로 통폐합되면서 센터 업무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던 운영위원회의 지위가 자문기구로 바뀌었고, 이에 따라 센터의 고유 정체성과 독립성이 훼손될 거라는 큰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운영위원의 이사 선임은 독립기관으로 시작한 미디어센터의 명맥을 잇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였다. 그러나 수원시는 미디어센터가 도시재단에 편입된 지 1년 넘게 지나도록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미디어센터 직원과 운영위원회 관계자들은 수원시가 이사 선임 약속을 지켰더라면 도시재단 이사장의 ‘센터 길들이기’ 등으로 인한 정체성 훼손이나 재단과 갈등이 이토록 심각해지지 않았을 거라 입을 모으고 있다.

수원시 담당 부서는 센터 운영위원회 임시회의가 있었던 지난달 20일 도시재단을 담당하는 시 부서에 ‘선임직 이사 추가 검토 요청’ 공문을 보냈다. 센터 파행이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지자 뒤늦게 수습에 나선 것이다.

수원시 약속과 달리 담당 부서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다고 해도 운영위원의 이사 선임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이사 선임은 도시재단 이사장 등 특정 인물의 재량이 아니라 이사회 의결사항이기 때문이다.

도시재단 관계자들은 센터 통폐합 이전에 이 문제를 수원시와 미리 의논한 적이 없고, 이사회 승인을 거쳐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수원미디어센터 운영위원장은 “시 행정이 이사 선임을 구두로 약속했다. 그 이후 어떤 이야기도 없었다”며 “운영위원회는 자문기구로 바뀌어 힘이 없었기 때문에 그동안 이사 선임을 진행하라고 재촉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미디어센터 운영위원회 다른 관계자는 “시가 믿음을 줬기 때문에 운영위원들은 힘들게 의결권을 내려놓은 것”이라며 “마치 사기를 당한 기분이다”고 말했다.

미디어센터 관계자는 “운영위원회가 자문기구로 바뀌면서 센터 업무에 의사를 반영할 수 없었다”며 “운영위원회에 다시 심의·의결권을 주든지 시민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도시재단에 이사 선임과 관련해 미리 협조를 구하지 못한 것은 불찰”이라며 “내부 사정으로 인해 이 문제를 미뤘지만, 해결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 관계자는 “이사회에 특정 인물을 넣어 달라는 요구는 이사회에 대한 월권일 수 있다”며 “현재 이 문제를 놓고 시와 행정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사회 구성에서 특정 센터의 의사를 대변하는 이사는 두고 있지 않다”며 “재단은 지속가능한 도시 구현을 위한 융복합 플랫폼인데 이사회가 미디어센터를 위한 이사 선임을 찬성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황영진 기자

저작권자 © 경기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