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18일 열리는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지 여부를 놓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 하반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사그라든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말 금리인하를 강력히 시사하면서 한은의 금리인하론은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 한은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아 선제적인 금리인하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7월이냐, 8월이냐 등 결국 시점의 문제이지 나빠진 경기 여건을 감안할 때 이제 한은의 금리인하는 결단만 남긴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금융시장에서는 한은이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1~0.2%p 하향 조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4월 한은이 제시한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5%였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수출이 7개월째 내리막을 타는 상황에 몰리면서 성장률 하향 조정이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달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다”고 언급한 것도 성장률 전망치 하향을 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4~2.5%로 기존보다 0.2%p 낮춰 잡았다. 한은이 이번에 0.1%p를 낮출 경우 정부의 목표치 하단과 같은 수준이 된다.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될 것으로 확실시되고 있다. 한은은 최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발표에서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지난 4월 전망치(1.1%)를 하회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제유가 약세 등을 감안해 한은이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를 0%대로 낮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신얼 SK증권 연구원은 “10월 추가 수정경제전망 발표를 고려하면 이번에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0.1~0.2%p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며 “원유가격 하락세가 재현된 점을 감안할 때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는 0.2%p 정도 낮춰 1%대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임을 인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일제히 내릴 경우 금리인하에는 한 발 더 다가서게 된다. 경기와 물가 여건 등을 감안해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하는 중앙은행 입장에서 금리를 내릴 만한 명분이 만들어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부가 ‘폴리시믹스’(정책 조합)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한은으로서는 금리인하를 마냥 늦추기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국회에서는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심사가 막 오른 상황이다.

다만 금통위 내부에서는 아직까지 가계부채 문제 등 금융안정 차원에서 금리인하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쪽과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나뉘고 있다. 최근 꿈틀대고 있는 부동산 시장도 금리인하 단행을 한 번 더 고민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금리인하가 부동산 투자 심리를 자극하고 가까스로 잡은 가계부채 증가세를 키울 소지가 있어서다. 당장 이달보다는 미 연준의 금리인하 여부를 지켜본 뒤 통화정책 핸들을 돌릴 것이라는 전망이 좀 더 우세한 이유다.

금리인하 소수의견 확대 여부는 관건이 될 전망이다. 통상 금리인하 소수의견 등장은 다음달 통화정책 방향의 ‘가늠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난 5월 회의에서는 조동철 위원이 금리인하 소수의견을 냈는데 이번 회의에서는 1명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렇게 되면 8월 금리인하 가능성에는 힘이 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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