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산대 지역협력지원센터장 산업경영학과 교수 박형근
신안산대 지역협력지원센터장 산업경영학과 교수 박형근

여행을 떠나면서 깨닫게 되는 첫 번째는 여행이 첫 ‘모험’이라는 사실이다. 모험을 말하면 사람들은 히말라야 등반이나 사람들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오지를 탐험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여행은 그런 행동에서만 모험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특히 특별한 체험이나 도전이 아니더라도 여행은 그 자체가 충분히 모험적이다.
40대가 지금까지 기본적으로 안락하고 익숙한 집과 고향 마을, 자신이 살던 도시와 자신이 태어난 나라를 벗어나지 못하고 다람쥐 체 바퀴 돌리듯 생활하다가 불확실한 미지의 세계로 발걸음을 옮기는 그 자체가 어떤 의미에서 모험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여행을 결심한 순간, 짐을 꾸려 집을 나서는 순간, 우리는 벌써 새로운 세계와 모험의 세계에 들어선 것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보수적으로 변하는데 특히 40대가 되면 보수적으로 변하기 쉬운 나이다. 40대에 보수적이 되는 이유 중 하나는 변화와 새로움이 두렵고 싫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자신이 이미 많은 것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변화가 없다는 것은 발전과 성장이 없다는 것이고,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에 그건 곧 죽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40대가 되면 누구나 안전과 안정성에 대한 욕구가 커진다. 더 이상의 변화와 새로움을 추구하기보다는 어떻게 해서든지 안전하게 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안전만으로 삶의 의미와 가치를 붙잡을 수 없을 것이다. 더 이상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할 이유가 없고, 새로운 것이 귀찮고 두려우며, 변화 속에서 어떤 흥미와 희열도 느끼지 못한다면 그런 삶은 산송장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삶의 변화를 꾀하고 새로운 것에 흥미와 희열을 얻는 손쉬운 방법은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40대 단조로운 삶의 변화를 꾀하고 싶다면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불편하고 힘들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바로 여행을 통해서, 모험을 통해서 변화를 맛볼 수 있고 참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여행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이렇게 말하면서 여행을 권했다.
“선입견, 편협함, 우물 안 개구리 근성을 없애는 데는 여행이 최고다. 그리고 우리들 중 많은 사람들에게는 이런 점에서 여행이 필요하다. 평생을 지구상의 좁은 구석에 처박혀 사는 동안에는 인간과 사물에 대한 폭넓고 건전하며 관대한 견해를 가질 수 없다.”
여행은 일상에서 잠든 우리의 심신에 새롭고 신선한 자극을 주어 많은 것을 깨닫게 한다. 여행이 주는 깨달음은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에서부터 철학적이고 존재론적인 것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지만 모든 깨달음이 거창하고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주 작은 것 하나라도 진실로 깨우쳐 가슴 속에 깊이 새겨 둘 수 있다면, 그리하여 40대의 미미하고 건조한 삶을 바꿀 수 있는 힘이 된다면 그 가치는 무한하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찾기 위해서 여행을 한다’라고 말한다. 모든 깨달음 중에서 최고의 깨달음은 당연히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40대 아무런 깨달음도 없이 매일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보다 가치 있는 삶을 깨닫기를 원한다면 여행을 떠나는 것이 좋다. 이왕이면 혼자 떠나는 것이 더욱 좋다. 혼자 여행을 하면 주위에 대해서 신경을 안 쓰고 오로지 자신만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여행을 통해서 ‘소통’에 대해 깨닫는 것이다. 특별히 40대에 이르면 소통이 부족하다. 직장에서는 위에는 소통하기 힘든 상사가 있고, 아래는 자기자리를 탐내고 치고 올라오는 부하들 사이에서 원만한 소통이 힘들어진다. 그동안 누구와도 대화를 잘 하고 막힘이 없던 사람이 40대에 이르면 말 수가 적어지고, 외톨이 신세를 면치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40대에게 소통의 가치를 깨닫게 해주는 것이 곧 여행이다.
여행 중에 원주민이나 다른 여행자들과 소통하려고 애를 쓰는 이유는 소통이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물론 별천지 같은 자연풍광이나 고색창연한 역사 유적을 볼 때에도 감동을 느낄 수 있지만 소통이 없다면 사람의 가치를 발견하기 힘들 것이다. 낯선 사람들과 만남에서 소통을 통하여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게 되고 지금까지 살아온 삶과 다른 삶을 만나게 된다.
또한 소통은 만남의 완성이다. 여행이란 다른 세계와의 만남이다. 만남이 단순히 만남으로 끝나지 않고 여행자들을 성장시키는 것이 되기 위해서는 소통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소통하려고 애쓰고 그러한 노력이 상호 이해와 연대의 디딤돌이 될 때, 비로소 여행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네 번째로 여행을 통해서 ‘자유’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40대가 되면 거의가 직장이 있고, 자식과 배우자가 있는 안정된 삶을 누리게 된다. 안정된 삶을 사는 순간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다. 또한 본인이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상관없이 적든 많든 속박된 삶을 살게 된다. 그러면서 우리는 때때로 다시 철갑처럼 단단한 틀에 갇혀버린 삶으로부터 도망쳐버릴 구멍을 찾으려고 몸부림을 치기도 한다. 그 몸부림의 하나로 ‘여행’을 들 수 있다.
여행을 간다고 생각하면 신이 나는 이유는 아무래도 바쁜 일상에 쫓기어 살다가 모든 짐을 내려놓고, 수많은 금심과 노예 같은 의무 따위를 훌훌 벗어던지고 잠시나마 자유인이 되어 자신의 느낌과 생각, 욕구에만 전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 여행을 떠나보면 생각한 만큼의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 여행 중에도 삶은 지속되고 여행자들 또한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에 얽매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여행은 실제로 우리를 자유롭게 만들어 준다고 말하기보다는 평소 까맣게 잊고 있었던 자유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들어준다. 낭만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자연의 기적이라고 부르는 변화무쌍한 여러 가지 일들로 인해서 자유의 느낌을 갖게 된다. 그래서 여행하는 동안 가장 자유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여행을 통해서 ‘은총’을 깨닫는 것이다. 오늘날 세계여행의 바람이 불면서 해마다 해외로 나가는 사람이 1,500만 명을 웃돌고 있다. 특히 휴가철이나 명절을 맞이하여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로 인해서 인천공항은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이제 해외여행은 특수한 사람만이 누리는 특혜가 아니라 보통 사람들도 누릴 수 있는 일상사가 되어버렸다.
특히 어느 세대보다도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짊어지고 사는 40대는 잠시나마 그 짐을 내려놓고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은 크나큰 축복이며 은총이다. 따라서 여행을 즐기되 자만하거나 우쭐대지 말아야 한다. 40대가 여행을 할 때 가져야 할 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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