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성노예) 문제에 관한 한·일 간의 깊은 갈등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한 다큐멘터리다. '주전장(主戰場)'의 감독인 일본계 미국인 미키 데자키는 자신의 뿌리라고 해서 일본에 치우치지도, 그렇다고 한국을 대변하지도 않는 제3자의 입장에서 위안부 문제를 다룬다.
27명을 인터뷰, 주장-재반박 형식으로 양측의 입장을 번갈아 가며 보여준다. 양측은 각자의 입장에서 인터뷰에 응했을 뿐인데, 관객은 서로 토론하는 듯한 효과를 느낄 수 있다. 그만큼 관객으로 하여금 중립적인 시각으로 접근해 어느 쪽의 주장이 더 합당한지를 결론 내릴 수 있도록 이끈다.  
한국의 관객으로서 극을 보는 중간에 '이 감독이 지금 누구의 편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우리 편이 아니었나. 저 쪽 편인가'하는 의심을 품게 하는 지점도 존재한다. 당연한 반응이다. 그는 누구의 편도 아니다. 데자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한국과 일본 모두, 각 나라의 언론이 위안부 문제를 얼마나 편협하게 다루고 있는지 알았으면 한다. 이런 보도가 양국의 적대감을 어떻게 양산했는지도 깨닫길 바란다. 이 영화를 계기로 양국이 서로에 대한 증오심에서 벗어나 위안부나 다른 역사 문제에 대해 보다 생산적인 대화를 할 수 있길 바란다"는 제작의도를 밝혔다. 이 작품은 일본에서 이미 지난 4월 개봉했다. 역사교육 부재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전혀 사전지식이 없는 일본의 젊은이들 대부분은 이 영화를 보고 서로에게 추천하기도 했다고 한다. 소규모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3만명 이상의 관객이 관람하며, 장기 흥행을 이어갔다. 영화를 본 현지 관객들은 ‘현재의 일본을 담아낸 중요한 영화’, ‘극우세력을 향한 강렬한 경고’, ‘역사를 속이고 있는 정권에 새로움이 필요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영화는 최대한 제3자의 입장에게 감정을 배제한 채 객관적으로 사안을 다뤘지만, 데자키 감독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영화의 시작과 끝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모습으로 장식된다. 영화의 시작은 2015년 한·일 위안부 문제 협상 바로 다음날, 외교부 관계자에게 당사자인 자신들의 이야기는 듣지도 않고 협상을 맺었다는 김복동 할머니의 질타 섞인 울부짖음이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실제 모델로 2007년 미국 의회에서 자신의 경험을 증언해 ‘일본 정부가 위안부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은 지점은 미키 데자키 감독이 위안부 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프레임’이다. 단순히 옳고 그름을 재단하고, 아베 정부의 실체를 폭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일본군 위안부를 기억하는 것은 그들을 추모하는 것이며 그것은 언젠가 그분들과 정의가 구현되는 ‘희망’을 뜻한다. 또한 인종차별, 성차별, 파시즘과 맞서 싸우는 것을 뜻한다”고 했다.
저항적 민족주의를 잠시 내려둔 채,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위안부 문제를 숙고할 수 있도록 돕는 영화 ‘주전장’은 25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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