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가 확대되면 주변 시세보다 싼 아파트가 공급된다고 하는데 선뜻 매매에 나서기가 어렵네요.”
직장인 서영국(42)씨는 최근 서울 양천구의 한 아파트(전용면적 59㎡) 전세계약을 보증금 4억1000만원을 주고 연장했다.
서씨는 고민 끝에 내 집 마련 꿈을 잠시 미뤘다. 주택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고,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 시행까지 예고하면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아파트가 공급되기 때문이다.  
서씨는 “올해 내 집을 살까 고민하다 일단 지켜보기로 결정했다”며 “분양가상한제 확대가 본격 시행될 때까지 무주택자 자격을 유지하면서 새 아파트 청약에 도전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이른바 부동산 규제 ‘끝판왕’으로 불리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서울 주택시장의 온도차가 뚜렷해지고 있다. 
매매시장은 관망세가 가중되면서 주춤한 반면, 올해 상반기까지 안정적이던 전세시장은 전셋값이 3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며 꿈틀거리고 있다. 
주택시장에서 분양가상한제 확대로 집값이 더 낮아진다는 기대심리가 작용하면서 당장 매매 대신 전세로 대기하려는 실수요자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분양가상한제로 무주택자들의 청약기회가 많아지면서 전세를 연장하는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세차익 기대감이 주택시장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양도소득세 대폭 강화 등 정부가 ‘집값 안정화’를 위한 강력한 대책을 쏟아냈지만, 주택시장에선 분양가상한제 확대로 인한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커지면서 당분간 치열한 눈치싸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달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상승으로 돌아선 뒤 3주 연속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셋째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02% 상승해 3주 연속 올랐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상승세로 돌아선 건 지난해 10월 넷째주 이후 36주 만이다. 
실제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전용면적 84㎡) 전셋값은 13억5000만원∼14억원으로 지난 5월 12억원5000만원~13억원에서 5000만원∼1억원 가량 올랐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전용면적 49㎡) 전셋값은 지난달 5억1000만~5억5000만원에서 이달 6억5000만원~6억6000만원으로 약 1억5000만원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주택 매매는 지난해 대비 절반 이상 줄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상반기 서울의 주택매매 거래량은 총 4만216건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6% 감소했다. 이에 비해 상반기 서울 주택 전월세 거래량은 32만94건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7% 증가했다.
일각에선 전세대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송파 헬리오시티 등 서울의 대규모 신규 입주물량이 대부분 소진됐고, 분양가상한제 확대로 ‘청약 당첨=로또’라는 기대 심리가 점점 커져 내 집 마련을 미루고 전세를 연장하는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여기에 금리가 계속 낮아지면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면서 전세 물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되면 주택 공급이 줄어 전세대란이 재현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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