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예정했던 휴가를 반납하면서까지 당면한 외교 현안을 직접 챙기기로 한 데에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주변국과의 갈등 양상에 대한 엄중한 인식을 읽을 수 있다.
휴가 취소는 일본의 대(對) 한국  화이트 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배제 처리와 관련한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지만, 중국·러시아·북한 등 한반도 주변국과 벌어지고 있는 연쇄적인 갈등 상황도 무관하지 않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공통된 인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날 문 대통령의 휴가 취소 배경과 관련해 “한국의 화이트 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배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법률안 처리 방침이 가변적인 상황,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등 당면한 현안들을 대통령이 직접 관리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외에도 중국·러시아 군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및 독도 영공 침범 과정에서 우리와 전략적 이해를 달리하고 있다는 점이 명확히 드러나는 등 동북아 안보 전략에 있어서 새로운 고민거리를 안게 됐다는 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문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도 새로운 전술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개발을 포기않고 긴장감을 높이는 상황과 노골적인 대남 비난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는 상황에 대한 입체적인 분석과 북한을 움직일 수 있을 만한 메시지 구상을 남은 시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약 보름 이후 8·15 광복절을 맞이한다는 점에서 각종 대외 외교정책이 집약된 광복절 경축사의 밑그림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여름 휴가에서 업무 복귀한 8월6일 후 9일만에 광복절 73주년 경축사를 통해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구상’을 처음 제시한 바 있다. 
올해 광복절 메시지의 중요성은 여느 때보다 높아지게 됐다. 기본적으로는 북미 비핵화 협상을 견인하기 위한 새로운 대북 메시지가 요구되는 데다, 지난해엔 불필요한 자극을 피하기 위해 생략했던 대일 메시지도 어떻게든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향후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일본의 대응을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대일 메시지 부분은 막판까지 공백으로 남겨놓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광복의 의미, 교착 상황에 놓인 북미간 비핵화 대화 국면을 타개할 새 메시지 부분을 우선 고민할 수 있다.
광복절 메시지와 관련한 기획 회의는 아직까지는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의 휴가 취소로 뜻하지 않게 주어진 시간을 활용해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9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8·15 광복절 경축사 방향이라든지 메시지에 어떤 내용을 담느냐 등 구체적인 것과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논의된 것은 없다”면서도 “아마 대통령 스스로 구상은 하고 있을텐데 이번 주 업무 중에 본격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내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북미간 구체적이고 의미있는 합의를 매듭짓기 위한 관점에서도 다가오는 광복절은 중요성이 더해진다. 
9월 이후로 넘어가면 유엔총회와 중국 건국 70주년(10월1일), 북중 수교 70주년(10월6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11월25~26일) 등 북한과 우리 정부 입장에서 움직일 수 없는 외교 이벤트 국면이 전개된다. 그 전에 비핵화 대화를 견인할 모멘텀을 마련해야 하는데 시기적으로 광복절 메시지가 그 역할을 하기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 연구소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6·30 판문점 회동 이후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 정상회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서울 방문을 통한 한중 정상회담, 유엔 총회, 북중 정상회담이 어떤 순서로 진행돼야 하는지 설계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문 대통령의 올해 광복절 경축사가 매우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남북 간 신뢰, 차이의 공존에 대한 인식의 성숙 속에 군사분계선을 넘어 자유로이 사람이 오가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야 진정한 평화와 번영이 온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북한 정보에 대해 점진적으로 자유로운 유통과 접근을 허용을 검토하겠다는 식의 전향적인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박창희 기자

저작권자 © 경기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