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로자의 임금이 2008부터 하향 평준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상위 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급여가 성장을 멈춘 탓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대학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진단이다.
고영성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 연구위원은 3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임금 격차는 어떻게, 왜 변해 왔는가’라는 주제로 포럼을 열고 이런 내용을 발표했다. 고 위원은 조사 대상 기간인 1980년부터 2016년까지를 1980~1994년(1기), 1995~2007년(2기), 2008~2016년(3기) 세 구간으로 나눴다. 이 기간 시간당 임금 분포를 5등분해 상위 20% 그룹의 평균값과 하위 20% 그룹을 비교했다.
그 결과 시간당 임금의 불평등도 추이는 2기에 진입(1994~1995년)한 시점부터 상승(불평등도 심화)하다가 3기에 접어드는 시기(2007~2008년)부터 2016년까지 계속 하락(불평등도 약화)했다. 지표만 보면 불평등도가 개선됐으므로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으나 이는 사실 중·상위 임금 근로자의 급여의 상승률이 정체된 결과다.
3기 동안 상위 10% 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시간당 실질임금 상승률은 1.1%에 그쳤다. 1기(6.6%), 2기(5.6%) 대비 대폭 감소했다. 3기 중위(50%) 임금 근로자의 상승률도 상위 10%와 마찬가지로 1.1%였다. 역시 1기(9.2%), 2기(4.0%)보다 상승률이 큰 폭으로 정체했다. 3기 하위 10% 근로자의 임금 상승률은 3.0%였다.
고 위원은 “1기에는 상~하위 임금 근로자의 실질임금 상승률이 6.6~9.2%로 급여가 매우 빠른 속도로 올랐으나 2008년 이후에는 중·상위 상승률이 1.1%까지 떨어졌다”면서 “중·상위 임금 상승 정체에 따른 급여 하향 평준화로 2008년부터는 임금 불평등도가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고 위원은 여러 임금 결정 요소 중 ‘학력’에 집중했다. 근로자를 ‘중졸 이하’ ‘고졸’ ‘초대졸’ ‘대졸 이상’으로 구분해 1~3기 노동 시장 내 수급 상황을 분석했다. 그 결과 1기는 그야말로 고졸 전성시대였다. 중졸 이하(-2.4%), 대졸 이상(-4.0%), 초대졸(-17.0%) 등 고졸 대비 상대수요가 전 학력 계층에서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2기에는 중졸 이하(-6.8%)를 제외하고 대졸 이상(8.4%), 초대졸(7.2%)의 고졸 대비 상대수요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3기에는 대졸 이상(0%), 중졸 이하(-6.8%), 초대졸(-11.0%) 등 전 학력 계층에서 상대수요가 감소했다.
이와 관련해 고 위원은 “1기 동안에는 모든 학력 계층 대비 고졸 수요가 굉장히 빠르게 늘었다”고 짚었다. 중급 숙련 근로자가 많이 필요한 중화학 등 산업이 성장한 영향이다. 2기에는 제조업 기반에서 서비스업으로 산업 구조가 바뀌고 고급 기술이 등장하면서 고급 숙련 근로자의 수요가 늘었다. 대졸 수요다. 3기 전 계층 수요 감소는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둔화한 영향이 크다.
1%대 초반에 머무르고 있는 3기 실질임금 상승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제언이다. 혁신성장 정책 등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혁신을 촉진할 정책적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얘기다. 고급 숙련 근로자를 계속 공급하려면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고 위원은 “생산성 증대 둔화가 실질임금 상승 정체의 주원인이라면 이를 개선하기 위해 좀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대학 진학률이 높은 한국에서는 (대학 교육을) 양적으로 개선하기보다는 질적 측면에서 하위권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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