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생산능력이 6분기째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다. 시장 상황이 나쁘다고 판단한 기업들이 공장을 돌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올해 초부터 지속해온 미-중 무역 갈등에 7월 일본 수출 규제까지 악재가 겹치면서 제조업 위축이 장기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김보경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9년 6월 산업활동 동향’ 설명 브리핑을 열고 “지난달 제조업 생산능력이 전년 동월 대비 1.6% 감소했다”고 밝혔다. 월별 지표는 2018년 2월(0.1%)과 7월(0.1%)을 제외하고는 1월부터 지난달까지 마이너스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플러스(+)를 나타냈던 달이 포함된 2018년 1분기와 3분기도 분기 기준으로는 마이너스였다. 제조업 생산능력 분기별 마이너스는 2018년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6분기째다.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71년 이래 최장기간이다.
제조업 생산능력은 공장을 정상적으로 가동했을 때 제품을 얼마나 생산해낼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기업들이 공장 가동을 6분기째 줄여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전체 생산능력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공장 가동률은 계속 저조하다. 지난달 평균가동률은 2018년 연간 수치(73.5%)보다 1.6%포인트 낮은 71.9%에 그쳤다.
이와 관련해 김 과장은 “2018년 자동차, 조선 등 산업에서 일부 공장이 문을 닫는 등 설비 조정이 있었던 영향”이라면서 “자동차는 차종별 생산라인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단가 차이로 생산능력이 감소하는 경우가 있다. 조선의 경우 최근 전월비로는 지표가 조금씩 좋아지기는 하지만 과거 호황일 때보다는 상황이 나쁘다”고 설명했다.
제조업 재고가 전월 대비 0.9% 감소하기는 했으나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6.1%나 늘었다. 제조업 출하는 전월 대비 0.2% 증가,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다. 제조업 생산지수는 103.8로 전월 대비 0.2% 증가했다. 소폭 개선됐으나 이는 전월 감소(-1.3%)에 따른 기저 효과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3.1% 줄었다.
반도체 생산이 전월 대비 4.6%,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해 긍정적인 모습도 보였다. 김 과장은 “최근 반도체 산업 시장 상황이 나쁜 것은 가격 문제 때문이다. 물량만 보면 스마트폰과 컴퓨터 용량이 늘어나 물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자동차(-3.3%) 생산과 화학제품(-2.9%)의 부진은 지속했다.
전문가들은 제조업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일본 수출 규제로 촉발된 한-일 무역 마찰 등 산재한 악재들이 단기간 내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하준 산업연구원 산업정책연구본부 연구위원은 “6월 산업활동 지표를 보면 경기가 상당히 약세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면서 “한-일 갈등에다가 특정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물리는 무역확장법 232조의 한국산 자동차 포함 여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아 전망이 밝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미-중 갈등을 포함해 세계 경제 전반이 둔화하는 가운데 한국 경제도 정책 실패, 산업 구조 문제 등이 뒤섞여 활력을 잃어가는 모습”이라면서 “반도체 가격 등 시황 회복세가 예상보다 늦고 일본 수출 규제의 악영향이 반영되면 7월 이후에도 지표는 계속 나쁠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일본 정부는 내달 2일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화이트리스트(White-List·수출 우대국 목록)에서 한국을 제외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이 빠지면 수입이 까다로워지는 품목은 당초 3개에서 1100개 이상으로 늘어난다. 이럴 경우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에 국한됐던 피해는 기계, 자동차, 화학 등 산업 전반으로 확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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