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부 경찰공무원과 소방공무원들의 내근직 기피가 심해지면서 일부 내근부서에서는 직원을 모셔오기 위한 물밑 로비까지 진행되는 기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30일 경기북부 일선 경찰관과 소방관 등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경기북부지방경찰청과 각 경찰서에 근무하는 경찰관들의 내근부서 근무 기피현상이 심화되면서 일부 부서에서 직원 보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경무와 경비교통, 생활안전 등 수당이 거의 없는 특정 부서에 더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교대 근무가 이뤄지는 지구대나 파출소에 비해 행정적 보조업무를 수행하는 비현업부서에 속하는 대다수 내근부서는 근무 여건이나 시간 외 근무시간 제한 등 급여 면에서 불리한 부분이 존재한다.

실제로 일부 부서는 초과 근무시간을 모두 사용해 매월 중순 이후에는 수당조차 없이 하루 몇 시간씩 초과 근무를 하기도 한다.

물론 일선 지구대나 파출소 역시 민원인 대응과 사건·사고 초동조치 등 현장 근무만의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마냥 근무 여건이 좋은 곳은 아니다.

하지만 근무 특성상 수당이나 개인 여가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아 직원들이 선호하는 근무지이기도 하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2~3년 전에는 승진시험을 치르려는 경찰관이 너무 늘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5~6년 전 업무경험이 없어 내근 자리에 오지 못하는 직원들을 위한 순환제도를 시행한 적이 있는데 희망자가 많지 않아 유야무야된 것으로 안다”며 “아무래도 내근보다는 파출소 같은 곳에서 교대근무를 하는 편이 수입이나 워라벨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다 낫다고 판단하는 젊은 직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소방 쪽 상황은 더 심각하다.

근속 승진이 도입돼 내근직의 장점이 희석되고, 가뜩이나 현장인원이 부족한 상황에 내근 자리만 채울 수 없어 마땅한 대안조차 없는 상황이다.

한 소방 공무원은 “요즘 직원을 구하려면 인맥을 동원해 밥과 술을 사주면서 부탁해야 할 정도”라며 “어려운 여건에서 근무해야 하는 것을 알다 보니 무작정 와서 근무해달라고 강요할 수도 없어 난감할 때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소방 간부공무원은 “내근이라고 해서 마냥 편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오히려 직원에 비해 업무가 많아 정시 출·퇴근은 꿈도 못 꾸는 사람들이 많다”며 “초과근무수당도 제한돼 있는데다 현장직원들처럼 수당이 없다보니 연봉이 크게는 1000만원 이상 차이가 나는데 누가 현장에 나가고 싶지 않겠냐”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경찰이나 소방 모두 근무 여건에 따른 장·단점은 분명 존재한다.

내근은 인력 부족과 각종 행정업무로 출·퇴근이나 휴가가 자유롭지 못하고, 업무처리나 의사 결정으로 인한 책임 소재 부담이 비교적 큰 편이다.

반면 외근은 현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나 부상 위험, 불규칙한 생활 패턴, 상대적인 소외감 등을 어려움으로 꼽는다.

문제는 외근 근무를 희망하는 직원들은 수 없이 많지만, 내근을 희망하는 외근 직원은 사실 거의 없다는 점이다.

특히 내근 기피현상이 더 심해질 경우 업무 처리에도 지장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처우 개선 등 제도적 보완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경찰과 소방조직 내부의 공통된 인식이다.

한 간부 경찰관은 “모든 근무처가 장단점을 갖고 있지만, 지구대나 파출소 근무 여건이 꾸준히 개선되는 것에 비해 내근 직원들에 대한 처우 개선은 열악한 것이 사실”이라며 “어느 한 쪽에 유리한 시스템이 아닌 밸런스를 갖춘 인사와 근무 여건이 마련돼야 직원들의 근무지 순환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광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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