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산대 지역협력지원센터장 산업경영학과 교수 박형근
신안산대 지역협력지원센터장 산업경영학과 교수 박형근

지금까지 인류가 취해왔던 여행도 우리의 삶처럼 다양한 형식을 취해왔다. 여행은 오랫동안 인류 역사와 함께 해왔다. 수렵채취를 위한 방랑생활, 노예와 토지 확보를 위한 정벌, 자원과 돈을 찾아 나선 항해, 식민지배와 자본의 확장을 위해 인류는 세계를 떠돌아다녔다.
일반적으로 여행을 가장 많이 하고 익숙한 건 상인이었다. 상인들은 그들만의 생존방식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국경을 넘어 산과 들과 바다와 강을 넘었다. 또 다른 여행의 주된 형식은 종교적 순례였다. 종교인들은 그들의 성지를 찾아 일부러 고행을 자처하며 기나긴 길을 걸었다. 이처럼 여행은 주로 생존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순례 같은 종교적 이유나 외교 같은 정치적 이유 정도였다.
여행이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그 속에서 세계와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는 깨달음과 감동의 형식으로 변화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이것은 유럽에서 유행되었던 ‘그랜드투어’라고 불리는 문명여행에서부터 시작되었다. 17세기 중반부터 19세기까지 유행한 그랜드투어는 주로 상류층과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는데, 무엇보다 수준 높은 교양과 학습에 그 의미를 두고 있다. 이때 여행자들은 오랜 여행을 통해 문명과 역사를 구석구석 배우고 비싼 예술품을 구매하며 부를 과시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었다.
현대에도 대표적인 여행형식이 있다. 보편화 된 여행형식으로 ‘관광’이라 불리는 것이다. 관광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겠지만, 적어도 많이 소비되는 관광의 형태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것은 타국의 명소를 중심으로 아름다운 명소를 이동하며 세상을 구경하는 것이다. 패키지여행이든, 배낭여행이든 이러한 형식은 동일하며 주로 ‘볼거리’ 위주로 빠르게 구경한 다음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것이다.
현대 여행에서 바라는 것은 어떤 교양, 공부, 배움이다. 이는 새롭고 이색적인 풍경을 보고 감동하고 세상이 넓다는 것을 다양한 세계에서 배우는 것이다.
한편 현대 여행이 계승하고 있는 또 다른 전통이 있다. 여행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몸을 통해 먼 곳을 돌아다니는 것이다. 그래서 여행이 ‘외부세계’라는 공간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근래에는 여행이 오히려 보다 세밀한 자기 자신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생각도 많이 하게 되었다. 따라서 여행이 내면의 여행, 자아 발견의 여행, 자기 자신에게로 떠나는 여행으로 한 차원 높게 변모하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많은 이들이 여행을 통해서 얻은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 새로운 결심, 달라진 희망 등을 이야기한다. 이런 여행을 내세워 대중들로부터 많은 찬사를 받은 사람이 소설가 파울로 코엘료이다. 그는 여행을 근본적으로 자아 찾기, 자신의 소명을 깨닫기, 자기 자신만의 신화를 발견하기라는 차원으로 승화시켜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이러한 여행은 자기 자신에 이르는 여행으로 변모되었다. 그리하여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저 드높은 산맥으로, 깊은 숲으로, 바다로, 강으로 사람들을 부른다. 이런 여행에 동참하는 사람들은 주로 40대가 주를 이룬다. 그것은 지금까지 가정과 직장만 알고 세월에 흐름을 타고 다니다가 40대에 이르러 자기 자신을 발견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기 내면의 가장 진실한 자기 자신의 존재를 향해 저 야생으로 나아간다. 자아라는 우리 내면의 핵심 혹은 우리 영혼의 정수, 더 나아가 우리가 실체라고 믿고 있는 그 어떠한 영원불변의 ‘나 자신’이 여행 끝에서 발견하기를 기대하면서 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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