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4년 서울 종로 2가의 모습 출처 = 네이버

서울역사박물관에 가면 지난 시절 종로거리가 생생하게 재현돼 있다. 종로 1가부터 6가에 이르는 거리가 비록 진열장 안에 전시돼 있지만 서울을 아는 많은 사람들에게 향수를 불러 모으고 있다.
종로는 조선시대에 육전거리가 형성돼 있던 곳이다. 이후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명동과 함께 서울의 중심이자 우리나라의 상권이 집중 돼 있던 상징적인 지역이다. 그동안 종로는 도시화라는 명분으로 전통이 사라진 거리로 전락했다. 한옥이 즐비하게 붙어있고 간판조차 없는 가게들이 즐비하던 곳이 어느 순간부터 철거가 되고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빌딩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 삭막함을 주고 있는 거리로 변모 해 있다.
특히 종로 1가에서 3가에 이르는 뒷골목에 있는 피아골은 사람이 서로 부딪칠 정도로 좁지만 그곳에는 사람 사는 냄새가 있고 사람이 살아가는 활력을 느낄 수 있던 곳이었는데 또 다시 몇 년 전부터 도심 재개발이라는 명분으로 철거가 되고 공룡처럼 우뚝 선 빌딩숲을 이루고 있다.
서울역사박물관에 가면 이 피아골 맛골에 있던 청일집을 비롯해 서민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깃든 곳들이 그대로 재현 돼 있다. 일부는 사진으로 돼 있지만 이를 보고 있노라면 감회에 젖지 않을 수 없다.
이를 보면서 다시금 우리의 도시화 정책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전통과 격식을 참으로 빨리 타파하는, 역설적으로 말하면 개혁에 선두라고 할 수 있다. 다른면에서는 고루하다 싶을 정도로 옛것을 챙기면서 건축물과 전통에 대해서는 파괴를 하지 말라고 했다는 일화를 남기고 있다.
6.25 전쟁 때 해인사를 폭격하라는 명령을 받고도 이를 어기며 폭격을 하지 않은 공군의 김영환 장군이 그래서 더욱 존경스럽다고 할 수 있다. 도시화가 대세라고 해도 전통과 삶의 애환이 녹아 있는 문화재에 대해서는 좀 더 깊이 있는 고뇌를 한 후에 개발을 하는 정책이 이제는 필요하다.
전국 곳곳은 문화재의 보고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는 역사와 문화가 숨을 쉬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것을 무시하고 오직 개발이라는 굴레에 얽매여 파괴한다는 것은 자신의 뿌리를 부정하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 한다.
문화재란 고궁만이 문화재는 아니지 않은가? 역사 속에 그리고 생활 속에서 자연스레 만들어지는 것도 문화재다. 어느 역사를 보아도 계획에 의한 문화재를 만든 것은 없다.
도시화가 인간생활에 활력을 줄지는 몰라도 정서적으로는 황폐화를 재촉한다는 것을 인지해서 지금부터라도 문화재청은 정부와 협의하여 추억에 젖어들 수 있는 것들은 보호하고 보존 해, 후세가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정서함양과 추억을 간직할 수 있게 하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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