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훈련 중이었다고 해도 주민에게 총구를 겨누고 사과 한마디 없는 군부대에 너무나 화가 납니다”

접경지인 경기 파주시 적성면의 주거용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는 이모(63)씨는 갑작스러운 총소리가 들린 지난 5일 밤을 생각하면 아직도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군인이 총구를 자신에게 겨누던 때를 떠올리면 식은 땀 마저 흐른다고 이씨는 당시 상황을 전했다.

9일 이씨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9시께 부인과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가 바로 앞에서 20여 발에 총소리가 들렸다. 놀란 이씨는 집 밖으로 나갔다.

민가가 드물어 가로등이 없는 어둠 속에서 군인 3~4명이 뛰어 다니는 모습을 발견했다. 순간적으로 간첩이라고 생각하고 신고하려는 찰나 한 군인이 이씨에게 총구를 겨눴다.

이씨는 “당시에는 간첩에게 죽었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 두려웠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 군인에게 ‘나는 민간인이다’고 크게 소리치자 잠깐의 시간이 흐른 뒤 해당 군인은 급하게 모습을 감췄다.

이후 이씨는 112상황실에 신고를 했고 경찰과 육군 A사단의 주임원사가 함께 찾아왔다. 해당 주임원사는 “훈련 중에 사병이 실수를 한 것 같다. 주의를 주겠다”며 이씨에게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이씨는 재발방지 대책과 사단장의 사과를 요구했으나 A사단은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나마 취재가 시작된 뒤에서야 A사단 소속 부대 대대장이 이날 이씨를 찾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사람을 식별할 수도 없을 만큼 어두운 곳에서 우리 군인이 갑자기 총구를 들이밀어 너무나 놀라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지만 사과는커녕 누구 하나 찾아와서 상황을 설명해 주지 않았다”며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식은 땀이 흐르는 등 너무나 고통스러운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A사단은 당시 사병과 간부가 섞여 실전적 전투 훈련을 위한 군사 훈련 시스템인 마일즈(MILES, 다중통합레이더교전체계) 훈련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사단 관계자는 “실제 교전을 가정해 공포탄 소리는 나지만 발사는 되지 않는, 총구에 달린 레이저로 교전하는 훈련을 실시 중이었다”며 “일반적으로 마을주민이 거주하는 지역의 경우 사전고지를 하는데 이곳은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민원인도 이 지역에 거주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고 현장을 찾아갈 생각은 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국민과 함께 하는 군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파주 = 신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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