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산대 지역협력지원센터장 산업경영학과 교수 박형근
신안산대 지역협력지원센터장 산업경영학과 교수 박형근

40대, 나를 위한 시간을 나 자신에게 선물해보고 싶다면 혼자 떠나는 ‘퇴근 후 여행’을 추천한다. 퇴근 후 여행은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고 관점을 바꾸어 생각하며 익숙한 우리 동네를 혼자서 거닐고 탐험하는 것이다. 복잡한 일이나 마음을 어지럽히던 관계의 문제는 두꺼운 외투와 함께 잠시 벗어놓고, 종일 손에서 떼지 못했던 핸드폰도 내려놓고, 오직 한 사람 나 자신만을 데리고 떠나는 여행이다.
이 여행의 좋은 점은 첫째, 간편하다는 것이다. 돈이 들지 않고 휴가를 낼 필요도 없다. 언제 어디서나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편리성과 즉시성이야말로 퇴근 후 여행의 장점이다.
둘째, 짧지만 깊은 휴식을 누릴 수 있다. 관점을 바꾸어 일상에서 멀어지는 순간, 많은 것에서 벗어나 편안해 질 수 있다. 일종의 정신적 스트레칭이다.
셋째, 바쁜 일상 속에서 잃어버렸던 ‘나’를 찾을 수 있다. 조용히 여행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반응하는지 알게 된다. 지금까지 무심했던 자신과의 관계를 회복시켜준다.
넷째, 지구 반대편에서 온 여행자처럼 생각한다. 작은 여행을 하기 위해 현관문을 나서면 익숙한 풍경이 펼쳐질 것이다. 잠시 서서 바깥 공기를 깊게 들이마셔 본다. 공기에는 미세한 시간의 향기가 있다. 코끝으로 들어오는 공기에서 계절과 시간을 느낄 수 있다. 평소에 보지 않았던 하늘도 쳐다보고, 가로등도 보고, 앞 건물도 보면 매일 봐왔던 풍경이 조금은 다르게 보일 것이다.
익숙한 출근길도 좋고, 평소 다니지 않던 길도 좋다. 그저 발이 이끄는 쪽으로 걸어간다. 지금부터는 나에게 주어진 여행 같은 시간이다. 여유를 가지고 조금 천천히 걸으면서 주변을 관찰한다. 이전에는 자세히 본 적이 없는 것들에 시선을 주다 보면 무언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잠시 멈춰 눈을 감고 소리와 촉각을 느껴본다. 그것이 왜 나를 기분 좋게 만드는지, 편안하게 하는지를 생각해본다.
항상 복잡하던 도로에 차가 드문드문 지나가니 꽤 운치가 있어 보인다. 평소에 지나가던 카페 앞에 놓인 화분이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음을 느낀다. 주변 조명이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 곧이어 조그마한 미용실이 나타난다. 이제 보니 창문에 쓰여 있는 손 글씨가 먼저 보인다. 뭔가 함부로 흉내 낼 수 없는 세월의 흔적도 느껴진다. 촌스러운 미용실인 줄 알았는데 이런 매력도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머물고 싶은 곳, 들어가고 싶은 곳,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냥 해보는 것이다. 커피 한 잔 마시기, 책 보기, 글쓰기, 점원과 대화 나누기, 사소한 것들을 해본다. 우리는 여행을 왔기 때문에 평소보다 용감해질 수 있다. 그리고 그 시간에 빠져보면 작은 여행의 매력을 흠뻑 느끼게 될 것이다.
어느 40대의 ‘나’를 찾기 위한 작은 여행
나는 어느 대기업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아내가 있고,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가 있다. 직장생활은 치열한 경쟁의 연속이었고, 언제 정규직이 된다는 보장도 없다.
제일 먼저 출근하고 제일 늦게 퇴근한다. 집으로 돌아오면 이미 몸은 녹초가 된 상태였고, 나의 하루는 ‘일’과 ‘잠’으로 채워져 있다. ‘나’라는 존재가 점점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해외여행을 떠나기에는 내 현실이 너무 빡빡하다.
어느 날 지친 몸을 이끌고 침대로 들어서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잠들기엔 너무 아쉽다.’
이렇게 삭막한 하루들만 쌓이면 10년 뒤엔 내 삶이 어떤 모습일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피로감에 눈이 반쯤 감긴 나는 자신에게 주문을 걸었다.
‘그래, 작은 여행을 떠나자. 집 근처 카페로, 공원으로 여행을 떠나는 거야. 아직 내 하루는 끝나지 않았어.’
호흡을 가다듬고 현관문 손잡이를 돌렸다. 남은 에너지를 최대한 길게 쓰기 위해 스스로에게 절전모드를 건다. 특별한 일을 한 것은 아니었다. 걷고 싶은 곳을 걷거나, 신기하게 보이는 것을 구경하거나, 커피 한 잔하며 책을 읽는 등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했다.
익숙한 우리 동네이지만 낯선 곳으로 여행을 왔다고 생각했다.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새롭고 신기한 풍경들이 보였다. 그렇게 여행을 즐기다가 내 몸의 에너지가 1% 남았다고 느껴질 때 집으로 돌아왔다.
일상을 버리기 위해 최소한의 일탈을 시도한 것인데, 이 작은 여행이 나의 일상도 바꾸어 놓았다. 전반적으로 여유가 생겼다고나 할까. ‘나’라는 것이 조금씩 차오르는 기분이었다. 아마도 짧은 시간이지만 ‘나’를 잘 돌봐주었기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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