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소비는 매년 줄지만 생산에 수입을 더한 공급량이 늘면서 재고량이 200만t에 육박했다. 수급 조절을 위해 정부가 쌀 외 다른 작물 재배를 장려하기 위한 지원 사업에 나섰지만 농가들의 참여가 저조해 예산이 남아돌고 있다.

2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발간한 ‘2018 회계연도 결산 분석’ 보고서를 보면 양곡연도(전년도 11월1일~당해연도 10월31일) 기준 우리나라 쌀 공급량은 생산과 수입이 지속되면서 2008년 536만t에서 2017년 633만t까지 증가했다.

반면 먹거리가 다양화되고 식습관이 변화되면서 쌀 소비량은 같은 기간 468만t에서 444만t으로 감소했다. 1인당 연간 소비량은 75.8㎏에서 61.8㎏까지 떨어졌다. 공급량에서 소비량을 뺀 값으로 계산되는 재고량은 69만t에서 189만t까지 3배 가까이 불어났다.

재고가 늘면 정부가 이를 관리하는 비용도 자연히 늘어난다. 정부는 보관·가공·운송 등 관리 사업을 위임받아 수행하는 지방자치단체의 경비를 지원하기 위해 예산을 보조해주고 있다. 농식품부의 양곡 관리비는 2013년 1524억7400만원에서 2014년 1812억5300만원, 2015년 2024억9600만원, 2016년 2526억9300만원, 2017년 2529억6600만원, 2018년 3878억8800만원으로 매년 늘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재고량이 189만t에 이른 데다 2017년 수확기 매입량(72만t)까지 더해지면서 연도 내에 관리해야 할 물량이 급증했다. 농식품부가 방출량을 88만5000t에서 129만1000t 늘리면서 양곡연도 말(2018년 10월31일) 기준 재고량은 143만5000t으로 감소했지만 이는 세계식량기구(FAO)가 권장하는 적정 재고량인 80만t에 비하면 여전히 현저히 높다는 지적이다.

쌀 가공 산업 활성화와 더불어 벼 외 다른 작물 재배를 확대하는 등 정책 사업으로 정부가 관리하는 양곡의 재고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지만 사업의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논에 벼 대신 대체 작물을 재배할 경우 헥타르(㏊) 당 34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해 쌀의 공급 과잉을 해소하고자 하는 ‘논타작물재배지원(생산조정제)’ 사업은 지난해 집행률이 49.6%에 그쳤다. 불용액(편성은 했지만, 쓰지 않아 ㅍ 돈)이 689만4000만원으로 집행액(678억8000만원)보다 많았다.

논타작물재배지원 사업은 농업인이 지자체에 신청하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신규로 도입돼 올해까지 한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당초 농식품부는 5만㏊의 농지를 대상으로 했지만 신청한 농가의 규모는 3만962㏊(계획의 61.9% 수준)에 그쳤고 이 중 실제 벼 외의 작물을 재배한 규모는 2만6447㏊에 불과했다.

이 같은 결과는 산지 쌀값 상승에 따른 것이라고 농해수위는 분석했다. 해당 사업에의 유인은 논에 벼를 재배할 때보다 타 작물을 재배할 때 수익성이 높을 경우에 발생하기 때문에 쌀값이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주요소라는 설명이다. 전년 수확기(2017년 10~12월) 산지 쌀값이 직전 연도 수확기(2016년 10~12월) 대비 2만3406원/80㎏ 올랐고 사업 신청 기간이었던 지난해 1~4월에도 쌀값은 꾸준히 올랐다. 이 밖에 파종기 잦은 강우나 농가의 타작물 재배 경험 부족 등이 수요가 저조했던 원인으로 꼽혔다.

농해수위는 “쌀 공급 과잉이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동 사업의 실적 저조는 쌀 공급량 감축이라는 당초 사업의 취지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며 “농식품부는 해당 사업의 실적 제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농식품부의 재정 사업 중 쌀 산업은 전체의 42.2%로 비중이 가장 크다.

사업 신청 실적은 올해도 당초 계획에 못 미쳤다. 지난 6월28일까지 총 3만3000㏊ 규모로 신청이 들어왔는데 이는 올해 목표(5만5000㏊) 대비 60%에 불과하다. 정부는 쌀값 상승 외에도 대체 작물의 생산 여건이 상대적으로 미흡한 데 원인이 있다고 보고 후속 대책을 마련 중이다.

김인중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배수나 농기계, 판로 등 생산·경영 여건이 콩 등 다른 작물에 비해 쌀이 비교적 잘 돼 있다”며 “생산 조정 사업에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쌀값을 인위적으로 떨어트릴 순 없기에 이 같은 여건을 개선해 주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쌀 외 작목들은 기계화율이 62%에 그치고 있어 농기계 지원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농협 등과 협의해 판로를 확보하는 데에도 좀 더 신경 쓰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종혁 기자

저작권자 © 경기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