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정치 문명

미국 정치 이념과 담론에 관한 이야기다. 미국 정치 문명은 고대 로마에서 발원한 공화주의, 근대에 형성된 자유주의, 기독교의 칼뱅주의가 융합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미국 정치를 서구와도 다른 독자적 '정치 문명'으로 규정하고 이는 어떤 요소와 과정을 통해 형성됐는지 추적하고 분석했다. 2003년 출간된 초판의 문장을 손질하고 시간 흐름을 반영해 새 내용을 추가했다.
저자는 미국 정치 문명을 '보수적 아메리카니즘'이라고 부른다.
보수적 아메리카니즘은 자유주의, 공화주의, 칼뱅주의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며, 미국 보수는 물론 개혁과 진보도 보수적 정치 문명의 틀에 갇힌 보수적 개혁과 미시적 진보를 드러내기 위한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이 세 주요 성분이 서로 조화롭게 어울려 있기만 한 것은 아니다.
특히 덕성과 공공의 이익을 강조하는 공화주의와 개인의 사적 이익을 숭상하는 자유주의 사이에는 메우기 어려운 간극과 갈등이 존재한다. 바로 이 공화주의와 자유주의의 갈등이 미국이 주기적으로 겪어온 정치적 변동의 원인으로 본다.
양자의 대립은 어느 한쪽의 승리로 쉽게 귀결되지 않으리라고 보고 '뉴딜 아메리카'의 도전과 '오리지널 아메리카'의 응전이 21세기 미국 정치를 이념적 양극화로 몰고 가리라고 전망한다.
권용립 지음, 356쪽, 2만5000원, 삼인

◇ 반철학이 뭡니까? 
  
소크라테스 이전의 자연적 사고,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에서 헤겔에 이르는 초자연적 사고로서의 철학, 자연적 사고를 되살려 철학을 비판하고 해체하려 한 니체 이후의 반철학을 구별해 설명했다. 
물질적 자연관을 바탕으로 한 철학 사상이 존재하지 않았던 동양에서는 초자연적 원리를 다루는 철학보다 니체 이후의 반철학 사상을 받아들이기 쉽다고 주장하며, 동양인이 철학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를 사고양식의 차이로 꼽았다.
데카르트, 칸트, 헤겔, 후설, 하이데거 등 철학자들이 서양 철학사에서 어떠한 구실을 했는가를 다룬다.
기다 겐 지음, 장은정 옮김, 296쪽, 1만5000원, 재승출판
 

◇삼순이 
 
이땅의 수많은 ‘순이’ 중에서도 대표적인 세 ‘순이’의 전성시대를 복원, 조명한다. 그들의 삶은 감춰지고 잊힌 또 다른 한국 현대사이며, 바로 지금도 매일 분투하있는 한국 여성의 선배들 이야기다.
1950~1980년대 한국 여성의 주된 직업군인 식모, 버스안내양, 여공의 전성시대와 그들 삶의 구체적인 모습을 그린다.
그들은 각각 ‘식순이’ ‘차순이’ ‘공순이’라는 비하적 표현으로 불리곤 했다. 기자 출신인 저자는 방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시공간을 초월해 르포르타주를 완성했다. 당시 신문기사, 칼럼, 문학작품, 사진를 인용·수록하고, 수소문해 인터뷰한 주인공 9명의 이야기로 완성도를 높였다.
1부 ‘식모’는 일제강점기부터 1950년대까지 가장 많은 여성이 선택한 직업이다. 그들은 월급은커녕 그저 받아주는 것만으로 감사해야 했다.
식모는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사적 영역’에 머물던 탓에 부조리와 인권 유린을 감내해야 했다.
2부 ‘버스안내양’은 남성 차장 대신 ‘상냥하고 부드럽게’ 승객을 모시겠다는 의도로 버스회사, 국가가 만들어 냈지만, 억척스럽고 불친절했다.
하루 18시간씩, 만원이 돼야 출발하는 버스 속에서 요금 수납, 안내 등 온갖 일을 도맡아야 했던 버스안내양들에게 상냥함은 사치였다.
3부 ‘여공’은 유신 정권하에서 노동집약적 수출산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한 국가적 산업역군이었다. 이들 여성노동자는 순하게 부조리를 감내하지 않기에 이르렀다.
정찬일 지음, 524쪽, 2만5000원, 책과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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