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자녀의 친구를 성추행하고 살해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 당시 경찰관이 초기대응 부실로 징계를 받은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박양준)는 서울 중랑경찰서 소속 경찰관 A씨가 서울지방경찰청을 상대로 낸 징계 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중랑서 여성청소년수사팀(여청수사팀)에 근무하던 A씨는 112상황실의 출동 지시를 받고 이에 응하지 않았다는 사유로 정직 3개월에 해당하는 징계 처분을 받았다.
당시 이영학 사건의 피해자 B씨가 실종되자 어머니는 당일 112에 신고를 했다. 서울경찰청은 B씨 휴대폰의 최종 기지국 위치를 중랑서 112상황실에 알렸고, 상황실은 중랑서 여청수사팀과 망우지구대 순찰차에 출동을 지시했다.
하지만 중랑서 여청수사팀은 출동 무전에 “알았다”고 응답한 뒤 출동하지 않았고, A씨는 소파에 엎드려 잠을 자느라 무전을 듣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다른 업무들을 처리하고 3시간이 지난 후에 망우지구대로 가서 2분간 수색상황만 물어보고 복귀했다.
이에 A씨는 자신이 근무하는 사무실에 단말기가 설치돼 있지 않아 해당 사건이 긴급 출동을 필요로 하는 ‘코드번호 1’인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당직실에서 112 신고처리 내역서를 출력하거나 여청수사팀 출동 차량 내에 설치된 단말기로 충분히 신고 내용과 코드번호를 알 수 있었다”면서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경찰공무원은 직무의 특성상 높은 성실성이 요구되고 특히 실종아동 관련 112신고는 초동조치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라며 “A씨는 잠을 자느라 출동 지령이 내려진 사실을 모르고 있어 현장에 출동하지 않았으며 결국 B씨가 살해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징계 처분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직 기강의 확립이나 경찰공무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 등의 공익이 A씨가 입게 될 불이익에 비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고 봤다.
‘어금니 아빠’로 알려져 이영학씨는 지난 2017년 9월 서울 중랑구 자신의 집에서 자녀의 친구 B씨 성추행한 뒤 살해하고, 시신을 강원 영월의 한 야산에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B씨의 가족들은 경찰의 초기대응이 부실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으며, 법원은 1억8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안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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