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이탈리아의 EU 탈퇴 이후, 유럽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미지 메이킹이 중요한 정치인들은 기본 소득을 구제책으로 삼고 있다. 이익이 목표인 권력자와 자본주의가들은 개방된 바다 위에 인공섬 주(州)를 세워 국가 폐지와 함께 자치권 획득이 해결책이라고 보고 있다.
법의 지배가 사라진 2028년 현재, 무력감과 고착된 권력 구조에 반대하는 운동인 ‘렛 뎀 잇 머니’는 실패로 판명 난 해결책의 책임자들을 납치하고 심문함으로써 진실을 찾으려고 한다.
독일 연극 제작 극장인 도이체스 테아터(DT)가 20, 21일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연극 ‘렛 뎀 잇 머니(Let Them Eat Money)’를 선보인다. 2014년 데아 로어가 극본을 쓴 ‘도둑들’(Diebe)로 첫 내한한 이후 5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는다.
13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도이체스 테아터는 막스 라인하르트, 베르톨트 브레히트, 하이너 뮐러, 토마스 오스터마이어 등이 거쳐간 독일 최고의 명문 극장이다. 매년 레퍼토리 작품 50편, 신작 30편 등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며 80편을 선보이고 있다.
‘렛 뎀 잇 머니’는 도이체스 테아터와 독일의 훔볼트 포럼이 경제, 사회, 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 전문가, 그리고 일반 시민들과의 리서치, 토론 등을 통한 ‘참여형 제작 방식’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베를린국제영화제 알프레드 바우어상(2011)과 유럽영화상 다큐멘터리상(2001) 등을 수상한 독일의 영화감독 겸 공연 연출가 안드레스 바이엘이 연출, 작년 9월 독일에서 초연했다. 
도이체스 테아터와 독일의 훔볼트 포럼이 “우리를 굴복시킬 다음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의 해답을 얻기 위해 시작한 ‘휘치 퓨처(Which Future)?!’라는 연구와 연극 제작 프로젝트의 하나로 출발했다.
과학자, 예술가, 관객들은 2년간의 연구조사와 심포지엄을 통해 미래에 대한 예측과 계획의 상관관계를 탐구했다. 향후 10년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를 그려냈고, 이 내용을 바탕으로 ‘렛 뎀 잇 머니’가 만들어졌다.
유로존 붕괴부터 난민 대이동, AI에 의해 대체되는 노동력, 데이터의 통제와 감시, 민주주의의 위기까지, 연극에는 지난해부터 2028년까지, 약 10년 간 유럽에서 일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사건들이 촘촘하게 나열된다.
바이엘 연출은 “우리의 목표는 우리가 처할 수 있는 미래에 대한 논쟁을 일으키고, 가치관을 충돌시키고, 이로 인해 현재의 교착상태를 벗어나 출구를 찾는 것”이라면서 “아무런 노력 없이 미래를 맞이한다면 우리는 매번 최고 속도로 똑같은 벽을 향해 달려드는 ‘충돌시험용 마네킹’과도 같은 존재로 역사를 반복할 것”이라고 짚었다.
무대 위에는 와이어에 매달린 커다란 철판이 바닥과 천장을 오간다. 스크린을 통해서는 인물들의 끝없는 설전과 라이브 방송,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댓글이 투사된다. 배우들의 애크러배틱한 움직임이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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