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손
프랑스에서 생명윤리법 제정 직전인 1994년, 생명윤리에 대한 논쟁을 촉발하려는 목적으로 나온 책이다. 산업화와 생명공학의 발전, 공공 보건 개념과 사회보장 제도 도입, 몸을 대상화하는 대중문화와 자본주의의 작동하에 몸과 관련된 쟁점이 첨예해지는 현대 지형을 그려가며 '인간’이란, 인간을 정의하는 이 '사회'란 무엇인지를 묻는다.
저자는 법의 '탈육체화'가 낳은 가장 '가혹한 결과'로, 인간이 '먹어야 하는 존재'라는 사실이 법적으로 무시된다는 점을 꼽는다. 인격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인간의 몸은 ‘물건’이 아니어야 한다는 기본 전제로부터 도달한, 사람이 자신의 몸을 소유할 수 없다는 논리는 몸의 처분과 거래를 통제하기는커녕 그런 현실을 법의 사각지대로 만드는 아이러니한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18세기 교회법을 예로 들며 "몸의 소유를 인정하지 않는 관점이 노예제 정당화에 사용될 수 있었다는 사실 앞에서 놀라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의도적으로 법 역사를 중심에 두고, 법적 분석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서술됐지만, 여러 사료에서 민중 문화, 국가 정책, 특정 시대의 사회적 분위기 등 다양한 요소를 분석했다. 풍자적 문체가 재미를 더한다. 장 피에르 보 지음, 김현경 옮김, 354쪽, 1만8000원, 이음
 

◇자본주의와 경제적 이성의 광기
현대 자본주의 위기의 근원과 해법을 탐색하며 자본의 가치 운동과 그 내재적 모순을 분석함으로써 마르크스 노동가치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저자의 관심은 자본주의 체제 내의 가치의 운동과 이 운동의 내재적 모순에 있다. 노동가치론을 비롯한 마르크스의 수많은 주장과 통찰을 체계화하고, 이로부터 현실적 함의들을 이끌어내며, 이 함의들을 곤경에 처한 오늘날 자본주의와 자본 분파들, 국가, 대중의 삶과 대면시키는 길을 택한다. 전 세계 사람들이 겪는 고통, 삶의 질이 하락하고 있다는 체감의 근원을 '비물질적인' 차원에서 해명하면서, 정치적 저항을 필연적으로 불러일으키는 경제적 이성의 광기를 그려 보인다. 그리고 마르크스의 길은 우리가 따라가야 할 유일한 대로가 아니라, 그것을 통해 나아가면 지금의 우리 현실에 영향을 끼치는 근본적인 문제들을 더 잘 이해하게 해주는 문(門)이라고 얘기한다. 데이비드 하비 지음, 김성호 옮김, 380쪽, 2만8000원, 창비
 

◇처음 읽는 바다 세계사 
바다의 눈으로 보는 역사다. 바다가 들려주는 인류 역사는 새로운 길을 찾아나서는 항해자의 호기심, 자신보다 덩치가 몇 배는 큰 바다 동물을 사로잡는 용맹함, 별과 바람의 길을 읽는 지혜의 이야기다.
저자는 육지에 살아 숨 쉬는 존재가 단 하나도 없었던 시절부터 바다가 흘러온 역사뿐 아니라 바다가 어떻게 인류의 문명을 꽃피우고, 발전시키고, 삼켜버렸는지를 보여준다.
인류가 그런 바다를 이용하고, 정복하고, 누리면서 현재에 이르렀던 세계사와 바다의 관계를 새롭게 조망했다. 10년간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세계에 걸친 모든 바다의 역사를 개괄한다. 바다의 자연과학적 측면뿐 아니라 고고학과 역사, 사회와 문화적 측면까지 모두 다룸으로써 바다와 같이 광대한 시선으로 역사를 읽어내고자 했다.
헬렌 M 로즈와도스키 지음, 오수원 옮김, 360쪽, 1만5000원, 현대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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