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가 되는 코픽스 금리는 다섯달 간 0.4%p 넘게 떨어지며 2년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지난달 동결했지만 시중 금리는 계속 내리막을 타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금리가 더 낮아질 때까지 대출을 미뤄보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대출금리가 계속 저렴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우리·신한·NH농협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모두 0.16%p씩 하향했다. 지난 5월 이후 하락세가 지속되며 다섯달 동안 0.42%p 내린 모습을 띄고 있다. 신(新)잔액 기준 코픽스도 0.03%p씩 줄어들었다.

기본적으로 대출금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등락에 영향을 받는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이는 RP·콜·CD·채권 등 장단기 시장금리에 반영된다. 이곳에서 대출 원천 자금을 조달해오는 은행 역시 예금과 대출 금리를 아래로 조절하게 된다.

하지만 최근 대출금리 낙폭은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정도에 비해 큰 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 이후 기준금리를 0.25%p 단 한번 내렸지만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0.42%p로 두배 가까이 하락했다.

대출금리를 추가적으로 떨어뜨린 첫 번째 이유로는 ‘경기 불황’이 꼽힌다. 국내 내수가 침체되고 기업의 성장 동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금리를 미끄러뜨렸다는 것이다. 한은과 민간 경제연구원, 외국 신용평가사 등은 최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 후반~2% 초반 사이로 하향했다.

또한 글로벌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 우려로 투자자들 태도가 소극적으로 변하자 시중 유동성이 늘어난 영향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지난달 발표한 ‘6월중 통화 및 유동성 동향’에 따르면 광의통화(M2)는 전년동월 대비 6.7% 증가해 전월(6.6%)보다 증가세가 확대됐다. 일반적으로 유동성이 증가하면 금리는 반대로 내려가는 모습을 띈다.

유동성 증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낮은 물가 수준 역시 금리 하방 압력을 자극하고 있다. ‘물가안정’, 즉 디플레이션 우려를 해소해야 할 책무를 지닌 한은이 금리를 인하해 물가를 부양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다음달 금리를 한차례 더 내릴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했음에도 채권금리 등이 하락세를 보였던 이유는 경제 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는 전망을 반영한 것”이라며 “기업 이익도 좋지 않고 물가가 오르지 않을 수 있다고 볼 때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대출금리가 더 낮아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을까. 답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이다. 확답은 어렵지만 일부 지표금리가 반등하는 모양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금리가 저점을 찍은 것 같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주 단기 코픽스는 연 1.55%로 전 주에 비해 0.04%p 올랐다. 전날에는 국고채 금리가 급등하며 약 두달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정부 재정정책 기대감과 미중 무역 갈등 완화 등의 영향을 받은 영향이다.

다만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금리 추세 반전은 확실한 경기개선의 증거가 필요하다”며 “이번 금리 반등은 높은 불확실성 때문에 급락했던 채권시장이 되돌려진 수준으로 본다”고 말했다.

안광희 기자

저작권자 © 경기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