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가계부채 건전성이 2017년 이후 급격히 저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보다 가계빚 증가 속도는 더 가팔랐지만 집값 하락세가 빨라 부실화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취약차주의 연체대출 비중의 경우 2012년 수준으로 불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26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 상황(2019년9월)’ 보고서에 따르면 2분기 기준 지방 가계대출 차주의 연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LTI은 207.7%로 2012년(152.2%)보다 55.5%포인트 상승했다. 수도권 LTI(232.4%)보다는 낮았으나 상승폭은 15.4%포인트 더 컸다. 수도권보다 지방 부채 비율이 더 빠르게 늘었단 얘기다.

지방 가계대출 증가율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평균 11%로 수도권(7%)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정부의 대출 규제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에 와서야 5.4%, 올 2분기 3.4%로 점차 누그러졌다.

그러나 지방 대출차주의 채무상환능력은 수도권보다 취약했다. 2분기 기준 지방 가계대출의 DSR(연소득 대비 원리금상환부담액 비율)은 평균 37.1%로 수도권(36.3%)을 웃돌았다. DSR 100%를 초과하는, 1년간 번 돈을 다 빚 갚는데 써야 하는 차주의 대출 비중도 수도권의 경우 27.3%였으나 지방은 32.6%로 더 높았다.

지방 가계부채 차주들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비은행에서 돈을 빌린 비중(54.1%)이 수도권(32.6%)보다 높게 나타났다.

취약차주의 상황은 더 안 좋았다. 취약차주는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하위 30%) 또는 저신용(7~10등급)인 차주다. 지방 취약차주의 대출 규모는 39조8000억원으로 수도권 취약차주(46조1000억원)보다는 적었지만, 2012년말부터 올 2분기까지 7년간의 DSR 상승폭은 9.0%포인트로 수도권(2.2%포인트)보다 가파르게 뛰었다.

지방 취약차주의 연체대출 비중도 2016년말 20.5%에서 올 2분기 27.7%로 불과 2년 반만에 7.2%포인트 급증했다. 이는 2012년(29.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부채 건전성이 나빠지고 있는 요인으로는 주택가격 하락, 소득여건 악화 등이 지목됐다. 특히 주택시장 위축으로 지방 주택담보대출 연체비중도 지난 2017년말 1.6%에서 올 2분기 2.1%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가계빚 문제가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나 차주들의 상환 능력이 떨어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아직까지는 주택가격 하락과 가계부채 건전성 저하 문제가 일부 지역과 금융권역을 중심으로 제한적인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다만 가계부채 구조, 차주의 상환능력이 수도권보다 취약한 만큼 대출 비중이 높은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리스크 관리 강화 등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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