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행사 ‘고려투어’가 오는 10월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한국과 북한 대표팀의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전을 치른다면서 관광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고있다. 기간은 10월 14일부터 19일까지. 비용은 1인당 1149유로(약 152만 원)이다.  다만 고려투어는 경기가 평양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경기 장소가 아직 확정이 안 됐으며 제3국에서 열릴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아직은 유동적이지만 월드컵 관광상품이 아니어도 최근 북한을 다녀가는 중국 관광객들이 급증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뉴스에 접하면서 드는 생각은 차제에 남한 사람들도 이 패키지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면, 하는 실낱 같은 기대감이다. 기대감이 몽글거릴 때쯤 적시안타처럼 나온 책이다. 
가수 이지상. 위안부 할머니 등 우리 사회의 음지에 사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낮은 곳에서 노래했던 그가 북방 대륙여행기인 ‘스파시바, 시베리아’(2014)에 이어 5년만에 북한 안내자로 변신했다. 북한은 베일에 싸인 나라다. 알 수 없는 미지에 대한 평가는 양극화되기 마련인데, 이 경우 지극히 신비화되거나 철저하게 악마화된다.
북한에 대한 남한사람들의 선입견도 마찬가지일 터. 모두들 ‘북한이 변해야 한다’고 외칠 때 이지상은 ‘우리가 먼저 변해야 한다’며 ‘북한 바로 알기’에 착수했다.
북한에 가지 않고도 북한을 아는 방법은 있다. 성공회대 도서관의 북한 관련 책과 통일부의 북한 자료 뒤지기를 1년여. 지상파 방송의 북한 관련 프로그램은 물론 대륙학교 정세현 교장(전 통일부 장관)의 조언과 탈북민들의 증언까지 섭렵한 그는 마침내 남한 사람을 위한 북한 안내서를 엮어냈다. 
 “’멀다고 말하믄 언 되갓구나.’ 4·27 판문점 회담장에서 폭소를 떠뜨리게 한 김정은 위원장의 농담은 단순 농담만은 아니었지요. 실제로 평양은 멀지 않습니다. 고작 판문점에서 직선거리 147㎞. 그 짧은 거리를 넘지 못해 매년 40조가 넘는 국방비를 들이고 60만의 젊은 청춘들이 총을 들었습니다. 대륙으로 가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꿈도 못 꾸었고 반도는 환태평양 지구대의 변두리에서 외로운 섬이 되었습니다. (중략) 자, 여기가 평양입니다. 일단 평양 냉면을 한 그릇 먹으러 갑시다.”(‘국수발에 혀까지 감겨 넘어갈 뻔했다네’에서)
이 정도면 가수인지 북한전문가인지 헷갈릴 법도 하다. 여기에 위트와 패러독스까지 슬쩍슬쩍 내비치는 품새는 웬만한 문인들의 문장까지 넘볼 정도다. 이지상이 이렇게 글을 잘 썼던가. 하긴 싱어송라이터이니 시에 버금가는 가사를 작사했을 테지.   
 “눈 같이 희고도 부드러운 모래 위에 떨기떨기 엎드려 있는 해당화, 그 붉은 꽃송이는 필경 바다를 향한 사장 아가씨의 일편단심이리로다. 바다가 아니면 따르지 않는 그대, 같은 마음 언제나 한 자리리니. 올해도 불이 붓는 듯 피어 있으리. 피를 뿌린 듯이 피어 있사오리.”(강경애, ‘기억의 남은 몽금포’, <여성> 1937년 8월)
일찌기 여류작가 박화성과 더불어 당대에 “프로문학 진영의 두 수준 있는 문학작가”라는 평을 받은 황해도 출신 소설가 강경애(1907~1943)에 대한 소개는 짐짓 허를 찌른다. 
 “강경애의 묘소는 불타산과 남대펀이 짝을 이룬 그의 고향 장연에 있으며 한국전쟁의 총탄 자국이 선명한 그의 묘비에는 서른여덟 살 짧은 생을 마감하기 전의 유고 시 ‘산딸기’가 새겨져 있다.”(‘물고기는 체제라는 그물을 모르는데’에서)
책장을 넘기다 보면 이지상이 손을 댄 소제목들이 눈시리게 들어온다. ‘포탄은 아이와 군인을 구별하지 않았네’ ‘성가대장 김성주, 훗날의 김일성’ ‘대동강 잉어회 맛 보시갔습네까?’ ‘만선의 꿈은 선을 넘지 못하고’ 등등. 우리가 살고 있는 대륙으로 편입되기 위해서는 북한을 알아야한다. 그것도 제대로. 이지상을 가이드 삼아 대동강변을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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