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균 (화성시 봉담읍 주민)
박희균 (화성시 봉담읍 주민)

 작년 지방선거 당시 ‘아름다운 선거, 행복한 우리동네‘라는 슬로건을 보면서 사뭇 그 의미에 공감했던 기억이 있다.
특히 ’아름다운‘과 ’행복한 동네‘라는 표현이 많이 와 닿았던 것 같다. 간접민주제에서 대표자를 선출하는 가장 효율적이고 핵심적인 수단이 선거라는 것은 틀림없겠으나, 과연 그 선거가 어떻게 해야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단체, 지역 등 어떠한 공동체를 대표하는 자리는 하나이거나 소수임에 반해 선택받고자 하는 사람은 여럿이기에 선거는 필연적으로 치열한 경쟁을 수반하고, 당선되는 사람이 있으면 낙선하는 사람이 있을 수밖에 없기에 선거는 일종의 ‘제로섬 게임’에 해당한다.
그러나 선거는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부여되고 끝나는 게임이 절대 아닐 것이다. 자신이 소속된 공동체에서 가장 적합한 리더를 대표자로 선택하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 표어처럼 행복한 삶을 위한 중요한 하나의 과정일 뿐, 궁극적인 목적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행복한 삶을 위한 아름다운 선거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아름다운 선거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 과정이 공정해야하고, 후보자 및 유권자 등 선거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정해진 규정을 준수하며 불법행위를 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불법행위 없는 공정한 선거가 깨끗하고 잘 관리된 선거일 수는 있어도 그것만으로 우리를 더 나은 행복으로 이끌 아름다운 선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몇 년 전 아파트 동 대표자로 선출되어 1년6개월간 활동한 경험이 있다.
육군 장교로 임관하여 30년 넘게 국가와 향토를 지키기 위해 입던 군복을 벗고 일반인 신분으로 처음 참여했던 선거였기에 더욱 의미가 깊었다.
아파트라는 소규모 공동체의 자치선거인 만큼 공직선거처럼 많은 규정과 절차가 있거나 다양한 홍보나 첨단장비가 동원되지는 않았지만, 선거 과정 전반은 물론 선거결과에 대한 별다른 시비 없이 평온하고 공정하게 진행된 선거였다.
공직선거와 같이 관련 규정이 아무리 잘 마련되어 있다고 해도 결국 선거 역시 사람이 모여 합의에 따라 만드는 것이고 그것을 따르고 운영하는 것도 역시 사람이다.
그러다보니 선거과정에서는 후보자, 선거관계자, 관리자, 심지어 유권자까지 누구나 작은 실수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참여한 아파트 동대표선거의 과정과 그 이후가 아름다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공동체 구성원이 선거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인식하고, 서로 다른 생각과 입장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한사람의 작은 실수조차 없는 완벽한 선거가 있기는 힘들어도 아름다운 선거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모든 선거의 궁극적 목적은 어떤 집단이나 공동체를 대표하고 이끌어 갈 리더를 뽑아 그 구성원들이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
오직 선거에서의 승리만이 최종 목적이 되어 서로의 작은 실수마저 규정위반이라며 과장하여 비방하고 이에 따른 고소·고발이 난무한다면 결과적으로 문제시 된 행위가 불법이 아니라고 결론 나더라도 아름다운 선거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공동체와 그 구성원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선거가 되기 위해서는 공정한 선거과정과 결과를 넘어 그 이후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화합까지 이루어 낼 때 가능하다.
이제 흑색·비방과 금품·불법선거의 역사를 뒤로 하고 깨끗하고 공정한 준법선거의 실현이라는 과제를 넘어 한 단계 더 성숙한 민주주의로 나아가야 할 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해와 배려를 통해 화합으로 완성되는 아름다운 선거가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다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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