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일자리’를 제외한 한국 고용 시장의 현실은 어떨까. 20~30대 일자리 수 증가는 미미하고 40대 일자리는 줄어들었다. 제조업 일자리도 감소했다.

지표는 “한국 경제의 고용 창출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를 장기간 괴롭혀 온 실업 문제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통계청이 지난 26일 펴낸 ‘2019년 1분기 임금 근로 일자리 동향’에 따르면 이 기간 임금 일자리는 50만3000개 증가했다. 증가 폭이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치만 놓고 보면 긍정적이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우선 늘어난 50만3000개의 일자리 중 46만9000개는 ‘50대 이상’의 몫이었다. 특히 60세 이상 일자리가 28만2000개나 증가했다. 산업별로는 보건·사회복지 분야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늘었다. 노인 일자리 등 재정이 떠받친 수치라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박진우 통계청 행정통계과장은 “(노인 일자리 사업 등) 정부 정책의 영향으로 60세 이상 일자리가 대폭 증가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산업별로 봐도 늘어난 일자리의 대부분이 (정부의 정책 지원이 집중되는) 보건·사회복지 관련”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20~30대 일자리는 4만4000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50대 이상 일자리 증가분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한국 경제의 ‘허리’로 여겨지는 40대 일자리는 오히려 2만개 감소했다. 상용 정규직·고임금 일자리가 많은 제조업에서도 일자리가 2만개 감소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인 15~64세 고용률(67.1%)과 15~29세 고용률(43.6%) 모두 상당히 높은 축에 속하지만 실업자 수도 114만5000명이나 된다. 2000년 이후로 가장 큰 규모다.

고용률과 실업률이 동시에 상승하는 것과 관련해 통계청은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라며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는 한국 경제의 고용 창출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자리 증가 속도가 실업자 수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국 노동 시장의 ‘고용 탄성치’는 2014년 0.75에서 2015년 0.39로 대폭 떨어진 뒤 2016년 0.31→2017년 0.38→2018년 0.15까지 내리막이다. 고용 탄성치는 고용 증가율을 경제성장률로 나눠 산출한다. 한 국가의 경제가 1% 성장했을 때 고용은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이 기간 경제성장률은 2014년 3.3%→2015년 2.8% →2016년 2.9%→2017년 3.1%→2018년 2.7% 등 2%대 중반~3%대 초반에서 횡보했다. 그리 높지는 않지만 2~3% 선에서 꾸준하게 성장해왔음에도 고용 탄성치가 계속 하락한 셈이다.

김미애 국회예산정책처 산업고용분석과 경제분석관은 “경제성장률은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취업자 수 증가율은 최근 5년 사이에 빠르게 하락했다”면서 “한국 경제의 고용 창출력이 빠른 속도로 약해지면서 실업이 장기화, 심화할 수 있다”고 짚었다.

문제는 한국의 고용 탄성치가 선진국들보다도 낮다는 점이다. 2017년 기준 이탈리아의 고용 탄성치는 0.80, 영국은 0.61, 미국은 0.57, 독일은 0.45다. 경제 규모가 크고 제조업 성숙도가 높은 나라들보다 고용 탄성치가 낮아 한국 경제가 ‘고용 없는 성장’에 직면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고용 탄성치 하락은 자동차·조선 등 노동 집약적 제조업에 있던 한국 제조업 무게추가 반도체 등 자본·기술 집약적 제조업으로 옮겨오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자본·기술 집약적 제조업은 자동화율이 높아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나마도 숙련 노동자만 얻을 수 있는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기계로 대체할 수 없는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을 육성하고 제조업의 노동 시장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양 교수는 “고용 탄성치가 낮은 한국 경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금융업·법률자문업 등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업을 늘려야 한다. 제조업에 있어서는 노동 시장을 유연화해 기업의 고용 부담을 낮추는 게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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